북한은 8일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군사 도발보다 더 엄중하다"며 '남북 관계 완전 파탄'을 경고했다. 지난 5일 평양에서 시작된 규탄 시위는 7일 개성에서도 일어났고 북한 전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쓰레기' '똥개' '인간추물' 등의 표현을 쓴 뒤로 북한의 각종 매체와 시위 현장에선 '대갈통을 부수자' '죽탕쳐(짓이겨) 버리자'는 식의 대남 말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우리 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시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4일 '김여정 담화' 4시간 만에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가칭) 추진 방침을 밝히는 등 북한의 요구에 최대한 성의를 표시했는데도 북이 이를 걷어찬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쯤 2차 통화 시도에 북이 응답하자 통일부는 이 사실을 즉각 출입기자들에게 알리는 등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우리 정부를 길들이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명백한데도 정부가 이를 지적하기보다 북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도 도를 넘는 북한의 막말·협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국내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만 문제 삼았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국내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판문점 선언에 위배되는 것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여권 인사들도 각종 방송 출연, 언론 인터뷰 등의 방식으로 정부의 '전단 살포 금지법' 추진에 '화력'을 보탰다. 여권 일각에선 "북한이 강경하게 나올수록 전단 금지에 더 성의를 보여야 대화 재개가 성사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어 남북 합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단 살포) 금지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통일부 관료들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일부 단체는 후원금을 걷기 위한 수단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이용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9/20200609001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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