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통일부는 아무 반박 못해
 

북한이 지난 4일 대북 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시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이후 연일 고강도 대남(對南) 비방을 이어가고 있다. 담화 이튿날(5일)부터 평양을 시작으로 대남 규탄 집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비롯한 거의 모든 매체는 우리 정부를 향해 "더러운 개무리" "철퇴로 대갈통을 부수겠다"고 맹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무지' '무능' 등 막말도 사용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북의 이례적인 공세에 아무 말을 하지 못한 채 탈북 단체의 전단 살포만 비난하고 있다. 야당은 "북한이 거친 언사를 퍼붓는데, 유감스럽다 한마디도 못 하는 굴욕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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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시한 이후 북한의 대남 비난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북한 청년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학생들이 이날 평양 청년공원야외극장에 모여 주먹을 내지르는 모습. /AP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7일 김여정 담화에 동조하는 각계 인사 다섯 명의 기고문을 실었다. 김일철 내각 부총리는 기고문에서 "표현의 자유 따위를 떠벌이며 아닌보살하는(시치미를 떼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꼬락서니가 더욱 격분을 자아낸다"며 "이 더러운 개무리들이 눈앞에 있다면 당장에 철퇴로 대갈통을 부셔버려도 시원치 않겠다"고 했다. 5일 김책공대와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에서 시작된 대남 규탄 집회도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6일 평양 청년공원 야외극장에서 열린 '청년학생들의 항의 군중집회'에선 '(남조선) 괴뢰패당을 죽탕쳐(짓이겨) 버리자' '민족반역자이며 인간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죽이자'는 선동 글귀들이 등장했다.

김여정은 지난 4일 담화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자들을 '인간추물' '똥개' '쓰레기'라 부르며 대남 보복 조치로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 군사합의 폐기를 거론했다. 5일엔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며 "첫 순서로 북남 공동 연락사무소를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했다.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7일 "현 남조선 당국이야말로 북남 관계에서 그 무엇을 해결할 만한 초보적인 능력과 의지도 없는 무지무능한 정권"이라고 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는 달나라 타령"이라며 "그 자체가 무지와 무능의 극치"라고 했다.

대북 전단을 문제 삼으며 나흘째 이어지는 북한의 전방위 여론몰이에 전문가들은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대남 매체를 통해 발표해도 충분한데 북한 주민 교양용으로 이용하는 '노동신문'에 발표한 것은 대외용이라기보다 대내(對內) 결속용 성격이 짙다"고 했다. 북한이 대남 전단을 고리로 주민들을 결속하고 새로운 군사적 도발을 예고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김여정 담화, 통전부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엄포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6일 "전쟁 없는 평화"만 얘기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당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 담화 후 4시간 만에 '대북전단 살포금지법(가칭)' 추진을 공식화한 통일부도 마찬가지다. 통일부는 "정부의 기본 입장은 판문점 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 나간다는 것"이라고만 했다. 또 '대북 전단 살포를 경우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과거 판결 내용을 소개하는 참고 자료를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한술 더 떠서 대북 전단을 비판하면서 '평화론'만 얘기했다. 김한정 의원은 "남북 관계 터닝 포인트는 반드시 온다. 남북 정상은 다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8/20200608001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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