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북한' 박상학 대표 인터뷰
김여정 담화, 5월 31일 대북전단 언급
작년에도 같은 내용 특별한 반응 없어
"4월 띄운 드론, 평양 추락 소문난 듯"
통일부 "민간 드론, 대부분 평양 못 간다"
 
2016년 4월 2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민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은 지난 4일 담화에서 대북전단에 대해 담화에서 분노를 쏟아냈다. 그는 "5월 31일 '탈북자라는 것들이 수십만장의 반공화국 삐라를 우리 측 지역으로 날려보냈다"고 했다. 이어 "못된 짓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고 했다.

김여정이 담화에서 맹비난한 대북 전단은 지난 5월 31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경기도 김포시에서 살포한 것이다. 국내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대부분 주도해왔다. 박 대표와 지난 5일 전화통화를 하고 경위를 물었다.

박 대표는 "그날 북한으로 뿌린 전단의 내용은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며 "지난 4월 9일부터 평양으로 보낸 대북전단 1만장을 드론에 실어 보냈는데, 이 드론이 추락하면서 평양에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올 들어 민간 드론을 띄워 평양에 1만장을 살포했고, 이 때문에 북한 지도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드론이 돌아와야 되는데 프로그램이 잘못 작동해 평양에 떨어졌다. 절반의 성공"이라며 "그래서 평양엔 '미국놈들이 극소형직승기(드론)를 투하했다'는 소문이 났다고 하더라"고 했다. 박 대표는 "드론을 이용하면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사에 정확하게 전단을 투하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국방부와 통일부는 최근 한국에서 북한으로 날아간 드론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민간 드론으로는 파주에서 평양까지 약 170㎞를 비행할 수 없다고 본다.

박 대표는 또 "김여정은 솔직하다. (전단지가 북한에) 안 떨어지면 화를 내겠냐"고 했다. 통일전선부는 5일 담화에서 "남조선에서 공개적으로 반(反)공화국 삐라를 날려보낸 것이 5월 31일이지만, 그 전부터 남측의 더러운 오물들이 날아오는 것을 계속 수거하며 피로에 시달려오던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더욱 확고히 내렸다"고 했다. 북한이 탈북민 단체가 보낸 전단이 영토 내에 떨어졌다고 인정한 것이다.

정부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환경 오염'이다.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풍선에 실어 날려도 북으로 거의 가지 않고 남한 땅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살포된 전단 대부분은 국내 지역에서 발견되며 접경지역의 환경 오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대다수 대북 전단지는 바다에 떨어지거나 (바다로) 흘러 들어 해양 오염을 야기한다"고 했고, 윤건영 의원은 "한 번 전단지 풍선을 띄우고 나면 접경지역 인근에 쓰레기처럼 전단지가 쌓인다"고 했다.

이에 박 대표는 "통일부가 언제 환경부가 됐나"며 "전단지 10개 중 7~8개는 북으로 간다. 남쪽에 떨어진 전단지가 신고 들어오면 수거해서 다시 보낸다"고 했다. 날린 전단지 가운데 일부가 남측에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북측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풍선에 담는 내용물도 진화했다. 과거에는 종이로 된 ‘전단’만 보낼 수 있었지만, 이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담긴 USB와 SD카드 수 천개를 보낸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월 31일 대북전단 50만장과 함께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보냈다고 했다.전단도 종이가 아니라 물에 젖지 않고 잘 찢어지지 않는 비닐 전단을 사용한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전단을 통해) 외부정보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고 있고, 이 전술이 생각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25 70주년을 맞아 오는 25일 대북전단 100만장을 날려 보낼 계획이다. 통일부는 이를 최대한 막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대표는 "(정부가 막는다면) 다음 날 날리든지, 비공개로 칠흑 같은 밤에 성동격서식으로 날릴 것"이라고 했다.
 
2016년 4월 2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민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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