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형님(김정남) 살해한 악마"
현수막엔 "탈북자 꽃제비도 국회의원"
 
노동신문에 6일 실린 평양종합병원건설장 노동자들이 "탈북자 쓰레기 죽탕쳐(짓이겨) 버려야" 등 선전물을 들고 비난집회를 하는 사진.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6일 논평에서 "버러지 같은 자들이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는 천하의 불망종 짓을 저질러도 남조선에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양종합병원 건설장 노동자들이 '탈북자를 죽탕쳐(짓이겨)버리자"는 선전물을 들고 집회를 하는 사진을 실었다.

이는 지난 4일 김정은 동생 김여정이 대북전단에 대해 분노의 담화를 쏟아낸 것의 연장선상이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5월 31일 '탈북자라는 것들이 수십만장의 반공화국 삐라를 우리 측 지역으로 날려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달 5월 31일 대북전단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탈북민 단체는 작년에도 대북전단을 11번 북한으로 보냈고, 올 들어 3번째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에 대해 "5월 31일 대북전단 내용이 북쪽에 굉장히 자극적이었다"며 "기분 나쁜 단어를 써 가면서 삐라를 뿌리니 밑에 있는 사람은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자주 살포하는 전단지"라며 공개한 전단을 보면, 김정은을 '형님(김정남)을 살해한 악마, 인간백정'이라고 했다.

이 전단은 김정은에 대해 "백두혈통이라고 떠들지만 어머니 고영희의 출신성분 때문에 '후지산 혈통'"이라며 "북조선 인민의 비판이 두려워 진짜 백두혈통인 김정남을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2009년부터 후계자로 둔갑했고, 수 차례 살인시도를 하던 끝에 (김정남을) 해외에까지 쫓아갔다"고도 했다.

김정은과 김여정은 김일성 직계후손인 '백두혈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친모인 고영희가 재일교포다. 이 때문에 '후지산 혈통'이라는 말은 그의 콤플렉스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김정남을 살해했을 때 혈통 컴플렉스를 넘지 못한 김정은이 자신의 정권 안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이복형을 살해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북한에 보내는 대북전단 중 하나.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탈북민 단체는 전단과 함께 대형 현수막을 함께 날려보낸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4월 30일엔 북한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영호·지성호 의원이 당선됐다는 대북전단 50만장과 함께 3장의 현수막을 보냈다. 여기엔 "꽃제비도 국회의원이 된다" "김정은이 새 전략핵무기로 충격적 행동을 하려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전단과 함께 남한의 발전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 영상이 담긴 메모리카드, 1달러 지폐를 북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1달러 지폐 2000장을 보냈다. 북한 지도부는 이 1달러 지폐에 대해서도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정세현 부의장은 라디오에서 "(북한 입장에선) 기분 나쁘다. '왜 돈질 하느냐, 돈 가지고 어떻게 민심을 흔들려고 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자유북한운동엽합의 박상학 대표는 '1달러'가 효과가 크다고 했다. 그는 "북한 소식통에게 들어보니, 예전엔 군 부대 인근에 전단이 떨어지면 병사에게 수거를 시켰지만 지금은 장교와 그 아내가 줍는다더라. 전단에 달러가 붙어 있단 걸 알고 나서 그런다고 한다"며 "심리적 효과가 아주 크다"고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25 70주년을 맞아 오는 25일 대북전단 100만장을 날려 보낼 계획이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 5일 '25일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나'는 질문에 "법률이나 제도가 정비될 때까지 현행법 틀 내에서 단체 측에 설득을 해 나가고, 경찰 등 유관부서와 상황을 공유하면서 대비하겠다"고 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른 조치'를 언급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북한에 보내는 대형 현수막 디자인.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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