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은 역시 적...갈 데까지 가보자"
김홍걸 "교류의 숨은 메시지" 北 "헛된 개꿈"
與 "대북전단 환경오염" 北"가을 뻐꾸기 소리"
文정부 남북관계 성과 물거품 위기
삐라 빌미로 남북관계 극한 대립구도 의도

북한 통일전선부가 5일 밤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한국 정부를 향해 "적은 역시 적"이라며 "갈 데까지 가보자"고 경고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날 오전 담화를 내고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지 않으면 남북 군사합의 폐지까지 고려하겠다고 엄포를 놓은지 하루만이다. 지난 2018년 북한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무르익었던 남북 화해 분위기가 2년 반만에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 앞에 마중 나온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쪽 동네 태도 참으로 기괴"

통전부는 전날 김여정 담화를 대하는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지만 정부 여당은 최선을 다했다. 통일부는 김여정 담화 4시간여만에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고, 청와대는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는 "백해무익하다"고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저녁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발의했다. 그런데 통전부는 이런 정부·여당의 노력을 "헛된 개꿈"이라고 했다.

통전부는 특히 담화에서 전날 김여정의 담화를 대하는 "남쪽 동네의 태도가 참으로 기괴하다"며 "협박이라기보다 남측이 먼저 교류와 협력에 나서라는 숨은 메세지가 담겨져 있다고 어리석게 해석했다"고 했다. 이는 김홍걸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김여정이 대북전단 정도로 담화를 낼 지위가 아니라며 "이번 성명은 협박이라기 보다는 남측에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통전부는 또 대북 전단이 남측에 떨어져서 지역 생태계가 오염된다는 우리측 주장은 "가을 뻐꾸기 같다"고 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전단의 대부분이 접경지역의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주민들의 생활여건을 악화하고 있다"고,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북전단 살포는 쓰레기 대량 투기와 같다"고 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정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대북 전단은 "국내 환경오염만 가중시킨다"고 했다.

통전부는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제한법을 추진하고 있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마치 지금 알아챈 것처럼 철면피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했다. 통전부는 "제1부부장이 경고한 담화 속에 담긴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면 암매한 천치들이고 알면서도 딴전을 부리는 것이라면 천하의 비열한 것들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 /뉴시스

◇'한반도의 봄' 2년 6개월만에 최대 위기

통전부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5일 대남사업 부문에서 담화문에 지적한 내용들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에 착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김여정이 전날 담화에서 거론한 △개성공단 완전 철거, △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남북군사합의와 남북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최대 성과로 자부하는 것이다. 2016년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된 개성공단은 대북제재로 당장 운영을 재개하기도 어렵지만 실제 철거에 나선다면 더이상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또 통전부는 "남측과의 일체 접촉공간들을 완전 격폐하고 없애버리기 위한 결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 경우 북한이 군 통신선 등 연락 채널마저 끊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비춰볼 때 전단 문제는 빌미일 뿐 남북관계를 극한 상황으로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왼쪽 사진) 의원과 윤건영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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