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文정부 비판 잇따라
 

미래통합당 서정숙(왼쪽부터), 조태용, 신원식, 지성호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서정숙(왼쪽부터), 조태용, 신원식, 지성호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국제인권단체들은 5일 우리 정부가 '대북(對北) 전단 살포 금지법(가칭)' 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터무니없는 일" "끔찍한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도 이날 "'김여정 하명(下命)법'을 만든다"고 했다. 통일부는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탈북민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자 즉각 "전단 살포 방지법을 준비 중"이라고 했고, 청와대도 "대북 삐라는 백해무익한 행위"라고 가세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에서 "전단 살포는 무해(無害)한 활동으로 한국 통일부가 탈북민 활동을 엄중 단속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또 "한국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며, 북한이 한국 정부를 존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을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대북 전단 살포 규제법 제정 추진은 끔찍한 구상"이라며 "대북 전단은 북한 사람들에게 매우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법 제정 검토가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대북 전단을 살포해 온 탈북자 출신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는 25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대북 전단 100만장을 날려보내겠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정작 막아야 할 것은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세습 독재와 핵·미사일이다"라며 "우리 정부의 행보와 김정은 세습 정권 독재가 다른 게 없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통합당 지성호·조태용·신원식·서정숙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김여정 하명법'으로 부르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북 전단 금지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역대급 대북 굴종 행위"라며 "우리 국민을 협박·위협하는 북한에 입도 뻥끗 못 하니 참담하다"고 했다.

탈북자 출신 지성호 의원은 "법이라도 만들라는 김여정 지시가 나온 지 4시간여 만에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하고 청와대와 국방부는 대북 전단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북한의 역성을 들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에 있는지 북한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라고 했다.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지낸 신원식 의원은 "김여정 하명에 의한 법 제정이 헌법보다 우선하느냐"며 "문재인 정부는 질문에 답하길 바란다"고 했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뭐가 그리 급하다고 군사독재 시절 긴급조치권 발동하듯 곧바로 '삐라 금지법'을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국민의 눈에는 명백한 굴종"이라고 했다. 통합당 조해진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대북 전단을 백해무익이라고 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권의 '넘버 2'가 불호령을 내리며 지시하자 복명복창을 한 꼴"이라고 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과 관련해 이날 브리핑에서 "접경지역의 긴장을 조성해 주민 안정을 위협하고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한 규제 방안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다시 밝혔다.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장인 정하영 김포시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만나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시켜 달라"며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이날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편, 국가보훈처가 천안함 폭침,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전사 유가족·생존자를 현충일 행사 참석자에서 제외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포함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 김정은 눈치 보기" "국가를 위한 헌신을 업신여기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정부가 북한 김정은 눈치 보기에 급급해서 나라를 위해 온몸을 바친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유가족들의 눈물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은데 애국과 헌신을 업신여기는 행태"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6/20200606000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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