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6일 열릴 현충일 추념식 참석자 명단에 천안함 폭침과 제1·2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전사 유가족과 생존자를 제외했던 것을 놓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작년 6월 청와대가 전사 유족과 유공자에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함된 사진을 나눠줘 유족들이 반발했던 일까지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전준영 페이스북
/전준영 페이스북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은 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일 현충일 행사에 독립유공자 가족과 코로나 희생된 가족만 불러 행사 치르고 우리 포함 모든 같이 참석했던 연평, 천안함, 6·25참전용사 행사에는 참여 입장 못하고 따로 참배만 한다고 한다. 웃긴다. 코로나 희생된 사람도 현충원에 묻혔나 보다, 대통령의 처사 웃기지 않냐”라는 게시글을 캡처해 올린 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날 오후 <현충일 행사, 코로나 순직 유족 넣고 연평도·천안함 유족 뺐다>는 본지 보도가 나온 뒤 전씨는 “2019년 6월 5일은 김정은으로 맥이고(먹이고), 2020년 6월 5일은 코로나로 맥이네(먹이네)!”라는 글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지난해 현충일을 앞두고 개최된 청와대 행사에서 유공자와 보훈 가족들에게 김정은이 찍힌 사진이 담긴 책자를 나눠줘 유족들이 반발했던 일을 다시 꺼낸 것이다.

 
청와대가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유공자·보훈가족과의 오찬 행사에서 나눠준 책자. 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손을 맞잡은 사진이 수록됐다.
청와대가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유공자·보훈가족과의 오찬 행사에서 나눠준 책자. 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손을 맞잡은 사진이 수록됐다.


청와대는 작년 6월 4일 현충일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유공자·보훈 가족 오찬 행사를 열었다. 당시 청와대가 나눠준 책자에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백두산에서 손을 맞잡고 찍은 사진, 문 대통령부부가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며 찍은 사진 등이 담겨 논란이 일자 정부는 뒤늦게 “세심함이 부족했다. 아쉬웠다”고 했다.

보훈처는 본지 보도가 나간 뒤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이날 오후 “실수였다”며 일부 유족을 참석자 명단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이에 대해 “(정부에서) 실수로 명단 빠졌다고 연락이 왔다. 상황 종료”라고 했다.

◇“영화서 실수로 주인공 캐스팅 안할 수 있나”

전씨가 이날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한 시간 만에 댓글 150여 개가 달렸다. 네티즌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대우가 참으로 부당하네요” “내일은 또 (김)정은이 사진 팜플렛으로 능욕하려나” 등의 댓글이 달렸다. “드라마·영화에서 실수로 주인공 캐스팅 안했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 “1순위로 넣어야 할 사람들을 뺀 게 실수냐” “고의적 실수의 반복이다” “여론의 질타를 받으니 이제서야 실수인 척한다” “이게 농락이지 실수냐.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그래도 제 영웅들이고, 자랑스럽습니다. 늘 당당하게 지내주세요” 같은 응원의 댓글도 올라왔다.

◇3월 서해수호의날 행사 때도 “코로나가 주인공”

전씨는 앞서 지난 3월 27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에도 “오늘 주인공은 희생자가 아니라 코로나였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는 오늘 코로나19에 맞서며 우리의 애국심이 연대와 협력으로 발휘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했다. 기념사에서 ‘코로나’라는 단어는 총 4번 등장했다. 반면 ‘북한’, ‘폭침’ 등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전씨는 당시 페이스북에 “천안함 10주기=코로나 행사” “이게 나라냐. 이번 행사 할 말이 많다”는 글을 올렸다.

2010년 천안함 피격 당시 갑판병으로 복무한 전씨는 전역 후 대전에서 자동차 영업 사원으로 일하며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동료 승조원 46명을 지속적으로 기리기 위해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을 맡아 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5/20200605031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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