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5월 31일 전단…김정은 '무뢰한' 표현"
"입소문이라도 퍼지면 北 곤란"
"삐라 금지법 늦었다…벌써 만들었어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조선일보DB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통일부 장관)이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것에 대해 "(탈북자) 단체가 6월 25일 (삐라를) 100만장을 뿌린다고 예고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정 부의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는 이런 짓(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을 하지 말라는 얘기지만, 북한 내부에 그런 다급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 체제에 상당히 타격이 커서 막으려 한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1일 홈페이지 공지문에서 "우리는 핵에 미쳐 날뛰는 김정은을 규탄하기 위해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또다시 100만장의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살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1일엔 50만장을 날렸다.



정 부의장은 '대북 전단 살포는 오래된 일인데 김여정이 왜 갑자기 담화를 냈느냐'는 질문에 "5월 31일 날린 대북 전단 내용이 북쪽에 굉장히 자극적이었다"며 "김 위원장을 '무뢰한'이라고 표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정치 문화는 최고지도자를 우상화하고 무오류의 존재로 부각시키는데, 김 위원장에 기분 나쁜 단어를 써 가며 삐라를 뿌리니 밑에 있는 사람으로선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입소문으로라도 그런 것(삐라 내용)이 퍼지면 북한 체제 입장에서는 조금은 곤란하다"고 했다. 또 "(삐라에) 1달러 짜리를 2000장을 실어 보내는데, 그것도 (북측 입장에선) 기분 나쁘다. '왜 돈질 하느냐, 돈 가지고 어떻게 민심을 흔들려고 하느냐'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전날 담화에서 남측이 대북 전단을 막지 않을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남북 군사합의 파기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언급했다. 정 부의장은 "개성공단 파기까지 거론한 것은 조금 고약한 측면이 있다"며 "(개성공단이) 유엔 대북제재 때문에 미국 눈치 보느라 열지 못할 거라면, (개성공단을) 파기할 수 있다는 카드로 남쪽을 압박하자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전날 김여정 담화가 나온 지 4시간여만에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이에 대해 "마침 담화가 나오니 '사실 우리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비무장 지대 주변에서 삐라를 뿌리지 않겠다는 합의를 했다. 그걸 이행하는 차원에서 정부는 법률을 만들어 대처를 했어야 하는데 늦은 것"이라고 했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김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SD카드) 1000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