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9·19 군사합의 폐지·개성사무소 철거까지 언급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대북 삐라는 백해무익하다"고 맞장구치며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가칭) 추진 계획을 밝히는 등 김여정 주장을 전폭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위해 통일부는 김여정 담화 발표 4시간 30분 만인 오전 10시 40분 예정에 없던 공식 브리핑 일정까지 잡았다. 통일부는 "(살포된 전단이) 접경 지역의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악화시킨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정부와 군은 지난달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하고 전투기를 동원한 도발도 동시다발적으로 펼쳤지만, 유감 표명을 비롯해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다. 지난달 북한의 GP 총격 때도 정부는 현장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우발적인 사고'일 가능성을 강조하며 북한을 두둔하는 태도도 보였다.
북한의 각종 도발에는 눈감던 정부가 김여정 한마디에 북한 인권 운동 차원에서 진행돼 온 우리 민간단체들의 활동에 눈을 부라리는 형국이다. 전직 국정원 간부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신형 미사일보다 민간단체의 종이 전단을 더 큰 안보 위협으로 여기는 듯하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가칭 '전단살포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대북전단 금지법을 만든다는 것은 자칫 언론·출판·집회·결사·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며 "충분한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위헌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했다.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는 "김정은의 심기 경호를 위해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며 "오히려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해 자유와 민주의 정신을 한반도 전역에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김여정의 이날 담화를 두고 "남북대화 재개가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지금 북측은 코로나 위기로 사정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지만 자존심과 체면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먼저 노골적으로 남측에 교류 재개를 제안할 수도 없다"며 "(김여정 담화는) 협박이라기보다는 우리 측에 '당신들이 성의를 보여주면 우리(북)도 다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여정 담화에 '가장 부적절한 시기를 골라'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그만큼 북한 내부 사정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에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5/20200605001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