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외무성 공식 웹사이트에서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날 본지 확인 결과, 북한 외무성은 웹사이트 내 ‘조선민주주의공화국 개관’ 페이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소개하며 “그이께서는 우리나라를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핵보유국, 군사강국으로 우뚝 올려세우셨다”고 기술해 놓았다. 영문 페이지에도 비슷한 표현(‘he made the country a nuclear and military power’)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

북한이 2017년 6월 웹사이트 개설 때부터 ‘핵보유국’ 표현을 사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2017년이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가 극에 달했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웹사이트 개설 당시 핵보유국 표현이 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 14·15형 3발을 비롯해 탄도미사일을 총 20발 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러나 2018년 대대적 평화공세로 돌아선 북한은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그해 3월부터 관영 매체에서 ‘핵무력’ ‘핵보유국’ 같은 용어의 사용을 중단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을 의식한 것이다.

대신 북한은 대신 ‘전략국가’ ‘전략적 지위’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전략적 지위’는 ‘핵을 보유한 자주적인 핵 강국으로서 세계정치 무대에서 전략적 문제들을 주도해 나가는 확고한 지위’를 의미한다. 핵보유국과 같은 의미를 가지면서도 덜 공격적인 ‘완곡한 표현’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던 북한은 지난해 3월 헌법개정을 하면서 기존의 ‘핵보유국’의 문구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 ‘하노이 노딜’(2019년 2월) 이후 핵 관련 언급을 재개했다.

외무성 웹사이트의 핵보유국 표현이 지난 3년간 그대로 유지됐는지, 북한의 외교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2018년에 사라졌다가 최근에 다시 등장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하노이 노딜 이후 핵보유국 표현이 재등장했을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어쨌거나 북한이 공식 대외 창구인 외무성 공식 웹사이트에 버젓이 핵보유국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대화를 추진하더라도 핵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라며 “사실상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연말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전략무기’를 언급한 데 이어 지난달 하순에 주재한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강조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 웹사이트는 김일성·김정일의 고향과 출생연도는 공개했지만 김정은의 고향·출생연도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일성에 대해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미국의 건국과 운명을 대표하였던 죠지 워싱톤, 토마스 제퍼슨, 아브라함 링컨을 합친 것보다 더 위대한 분이시라고 한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찬사는 우연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거하지 않는다”고 밝혀 김정은이 지난해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서 빠진 이유를 설명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3/20200603034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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