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 유령회사 세워 거래한 3兆, 北 핵개발 등에 사용됐다고 판단
 

미 법무부가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25억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의 돈을 세탁한 혐의로 33명의 북한인과 중국인을 기소했다고 28일(현지 시각) 밝혔다. 지금껏 미국이 기소한 북한의 제재 위반 사건 중 최대 규모다. 북한 김정은이 최근 "핵 억제력 강화" 등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제재 회피를 돕는 중국에 직접적인 경고장을 던지면서, 남북 경협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간접적인 주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 법무부는 이날 공개한 공소장에서 북한의 대외 무역을 담당하는 조선무역은행의 전직 총재 고철만 등 북한인 28명과 이들을 도운 중국인 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조선무역은행과 관련된 인물들로 전 세계에 250여 은행 비밀 지점과 유령 회사를 세워 돈세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세탁한 자금은 북한의 핵 개발 등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법무부는 판단했다.

미 법무부는 공소장에서 이들이 중국의 베이징과 선양, 러시아의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태국, 오스트리아, 리비아 등에 유령 회사 등을 마련해 놓고 돈세탁을 시도한 사례를 총 30페이지 분량으로 자세히 소개했다. 예를 들어 이들은 2015년 11월 중국에서 유령 회사인 '밍정국제무역'을 내세워 전자제품 구매 대금으로 30만달러를 중국 은행으로 보내려다, 북한과 연계됐다는 것을 눈치챈 미국에 의해 차단당했다. 그러자 이들은 오히려 중국인을 통해 미 재무부에 정상 거래임을 주장하는 허위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조선무역은행과 이번에 기소 된 북한인들의 상당수는 이미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미 법무부가 이들을 기소한 것은 미국이 북한의 자금 세탁 감시망을 더욱 좁히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자국인이 제재 명단에 포함된 것에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손을 너무 길게 뻗다가 잘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30/202005300024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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