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남북 정상회담,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 "
"작년 '하노이 노딜'로 北 비핵화 교착 빠져"
"남북 정상회담 당장 실천해야…김정은 답방만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도 무기 개발한다…北 핵·재래식 무기 개발 구별해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1일 "올해도 북미 간(비핵화 협상이) 진전이 없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충분히 소통하되 부정적 견해가 있어도 일을 만들고 밀고 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오는 22일 출간되는 '창작과 비평(계간)' 여름호에 실린 대담에서 "지금 남북이 하려는 것은 국제적 동의도 받고, 막상 논의하면 미국도 부정하지 못하는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소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과 악수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임 전 실장은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로 남북 정상회담을 들었다. 그는 "필요하면 언제든 만나겠다고 한 것을 지금 실천해야 한다"며 "여러 정세를 토론하고 상대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하면 성과로 더 잘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만 기다릴 수는 없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5·26 2차 남북정상회담 후 대통령께서 '이웃집 마실 가듯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남북 간에 필요하면 두 정상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시대로 가겠다는 것이었다"며 "김 위원장에게도 이럴 때일수록 정상 간 여러 정세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성과로 더 잘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북한 비핵화 과정이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으로 작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무산(하노이 노딜)을 꼽았다. 그는 "북한은 민수(민간수요의 북한말)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제재를 먼저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영변 핵시설 해체를 제시했는데도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우리 마음대로 북미 관계를 풀 수 없다면 새로운 결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그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서 충분히 기대를 품어볼 만했다"면서도 "하지만 여러 스캔들로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몰린 환경이 있지 않았나. 미국 내에서 '배드딜'보다는 '노딜'이 낫다고 압박한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2018년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평양 방문 직후 백악관을 방문한 일화를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의 엄청난 반대를 뚫고 뭔가를 만들어보려 한 점을 평가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 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이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희망한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거봐. 내가 뭐랬어. 맞지? 그거야'라고 했다고 한다"고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8년 2월 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안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임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인 4·27 판문점회담에 배석했다. 그는 "두 정상의 대화가 끝난 뒤 느낌은 안심과 기대였다"며 "(김 위원장의) 캐릭터가 굉장히 솔직하면서도 당당했다. 대통령과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상당히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두 정상의 5·26 판문점회담 개최에 대해선 "뜻밖이었다"고 표현했다. 임 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 만나도 상관없어'라는 식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북쪽이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급하게 제안한 것으로 생각되고, 대통령도 하루 만에 흔쾌히 수락했다"고 전했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미국과 북한 정상의 6·12 싱가포르 회담으로 이어졌다.

임 전 실장은 지난 4월 김정은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북한 발사체에 대한 청와대의 유감표명에 문 대통령을 '겁먹은 개'에 비유하며 강도 높은 비난 담화를 내놓은 데 대해서는 "'당신들은 더 하면서 왜 우리가 군사훈련하는 것으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냐'는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차제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략미사일을 실험·생산하는 문제와, 재래식 무기를 개발하면서 훈련·시험하는 문제는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연중으로 훈련하고 새 무기를 개발한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대북 제재에 대해 "미국은 월경(越境)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물자가 넘어가면 무조건 규제하려 하는데, 말이 안 된다"며 "이를 해결해야 산림협력과 철도·도로 연결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금처럼 제재를 너무 방어적으로 해석해서는 절대로 남쪽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하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 "일반 제도정치에 몸담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남북문제에 제도 정치에서의 역할이 있다면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평양정상회담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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