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하노이 노딜' 실패 맛본 후 현실적 지도자상 부각한다는 관측
 

과거 김일성·김정일이 스스로 우상화를 위해 내세웠던 '축지법 사용'에 대해 북 당국이 20일 현실은 아니었다고 했다. 북한이 김일성 우상화에 이용된 신화를 스스로 부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축지법의 비결'이라는 기사에서 "사실 사람이 있다가 없어지고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땅을 주름잡아 다닐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축지법이 마법사의 영적인 기술이 아니라 인민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했다. 노동신문은 "과거 일본군이 곳곳에 밀정을 심어 빨치산의 행적을 탐지했지만 인민들이 토벌대의 이동 경로를 미리 알려줘 빨치산이 오히려 매복공격으로 일본군을 궤멸시켰다. 그러자 '유격대가 축지법을 쓰고 신출귀몰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축지법이 있다면 그것은 인민대중의 축지법일 것"이라고 했다. 축지법에 대한 이 같은 해석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와는 다른 것이다.

북한은 과거 학생 및 주민용 교재를 통해 김일성이 항일 빨치산 시절 '축지법을 쓰고, 가랑잎을 타고 큰 강을 건너고, 솔방울로 총알을 만들고, 모래로 쌀을 만들었다'며 김일성을 신격화했다. 또 김정일에 대해서도 1996년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는 선전가요 등을 홍보했다. 이처럼 신비주의로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에 몰입하던 북한의 선전 방식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변화가 감지됐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서구의 현대식 교육을 받은 김정은이 하노이 노딜로 실패를 맛본 이후 신적이고 만능인 지도자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현실적 지도자상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집권 8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의 신비적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1/20200521001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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