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경제협력을 전면 금지한 '5·24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사실상 폐기 선언하면서 남북 교류와 경협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5·24 조치를 공식적으로 해제하거나 폐지하지 않았던 정부가 사실상 폐기 선언에 가까운 입장을 밝힌 것이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굵직한 대북 사업 재개의 전초 작업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시행 10년을 앞둔 5·24 조치에 대해 "역대 정부를 거치며 유연화와 예외조치를 거쳤다. 그래서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며 "남북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치의 ‘실효성 상실’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폐기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기도 도라산 전망대에서 본 개성공단 모습./조선일보 DB

문 대통령과 여당이 그동안 남북 경협 추진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이를 계기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북한 개별 관광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여권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성공단 재개에 관심을 갖는 기업은 적지 않다. 2018년 4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의 96%가 재입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재입주 희망 이유로 79.4%가 '개성공단이 국내외 공단 대비 우위의 경쟁력 보유'를 꼽았는데, 주된 경쟁력 요소로는 '인력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저렴하다'(80.3%)를 지목했다. 국내는 당시보다 최저임금 등이 올라 있는 상태라 인건비 경쟁력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금강산 관광사업자 현대아산은 혹시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으나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 관광 사업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어 우리 정부의 의지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남북 정상은 지난 2018년 9·19 공동선언에서 남북의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안보리 결의 등 대북 제재로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계가 미국 연방하원을 찾아 개성공단 재개를 건의했지만 셔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비확산 소위원장은 "북핵 문제가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빨리 해결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게 되기를 바란다"며 "그렇다면 개성공단도 재개될 것이고 미국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공단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정부에서 나온 발언처럼 5·24 조치의 실효성은 사실상 없었기 때문에 조치의 폐기 선언이 개성공단 재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 직후인 지난 2010년 5월,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독자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조치를 비롯해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