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거주 탈북자 인용 보도
'유증상자 격리하라' 지시하고 검열
"천식·감기 환자도 결핵병동에 격리"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에서 지난달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천식이나 감기 환자를 강제로 결핵병동에 격리 조치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2일부터 30일까지 19일간 공개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북한에서 코로나 방역이 강화됐던 시기와 겹친다. 김정은이 모습을 감추자 건강이상설이 나왔지만,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대외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 주장이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북한 각지 주민과 연락을 주고받는 한국 거주 남성 탈북자를 인용해 "방역이 강화된 시기는 김 위원장의 활동이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3주간과 일치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 정보당국도 이 같은 정보를 확보해 코로나와 김 위원장 활동과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4월 1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뒤 공식석상에서 사라졌고, 5월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신문에 따르면 이 탈북자 남성은 4월 중순 중국 국경지역인 함경북도 무산의 지인과 연락을 하고 이 같은 정보를 접했다고 한다. 이 지인은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을 맞아 '중국으로부터 코로나 확산을 차단하라'라고 경계가 강화됐다"면서 "중앙기관에서 현지 방역부서에 '이상이 나타난 사람은 반드시 격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현지 방역부서가 중앙에 '이상 증상이 있는 사람이 없다'고 보고하면 '그럴리가 없다'며 검열이 내려왔고, "검열을 받는 게 성가셔서 (일하는 척을 하기 위해) 천식이나 감기 환자를 결핵병동에 강제로 격리했다"고 이 지인은 전했다. 원래 입원해 있던 결핵환자와 같은 병동에 수용한 탓에 강제 격리된 환자의 정확한 숫자와 증상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신문은 지난 달 평양에서는 '방역이야말로 최고 존엄(김 위원장)을 수호하는 것' 등과 같은 선전을 강화했다고 했다. 또 4월 초 평양에서는 건물 소독과 식당에서 간격 유지가 실시됐다. 또 북한은 외출시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했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임시 방역감시팀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반성문을 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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