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북한이 우리 군의 서해 방어 훈련을 비난하자마자 청와대가 군 고위 당국자들을 불러 질책했다고 한다. 지난 6일 해·공군은 분기마다 하는 훈련을 했고 7일 국방일보는 예년처럼 이를 보도했다. 그런데 북한이 8일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이라고 비난하자 청와대 안보실이 "왜 그런 내용이 보도됐느냐"며 경위를 따졌다는 것이다. 15일 청와대는 당시 회의는 인정하면서도 "질책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8일 작성한 '보도 경위 보고서'에는 "주요 민감 사안 홍보 시, 청와대 및 관계 부처 사전 협의 강화"라고 적시돼 있다. 청와대가 화를 냈기 때문에 이런 경위서를 썼을 것이다.

국방일보는 같은 훈련에 대해 2017년 '서북 도발 꿈도 꾸지 마'라고 보도했다. 작년에는 '어떤 도발에도 승리 보장'이라고 보도했다. 북이 문제 삼지 않자 청와대도 별말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주 '적(敵) 도발 원점 타격 능력 확인'이라는 보도에 대해 북이 시비를 걸자 청와대가 즉각 군 고위 당국자들을 불러모아 따진 것이다. 북한군 한마디에 우리 국방부와 합참, 육·해·공 간부들이 대거 청와대로 호출되고 있다. 북한군이 쳐들어오면 이런 청와대와 군이 어떻게 반응하겠나.

작년 북 목선 귀순 때 군의 최초 보고는 '삼척항 입항'이었다. 그런데 국방부는 '삼척항 인근'으로 발표했다. 바뀐 이유에 대해선 "판단은 상부 몫"이라고 했다. '상부'란 청와대를 말하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는 남북 군사 합의 주역을 수도방위사령관에 임명했다. 대령 이후 야전 경험이 전무한데도 핵심 군단장에 기용한 건 창군 이래 처음일 것이다. 정권은 북한 눈치를 보고 그런 정권의 코드를 잘 맞추는 군인이 출세한다. 북한이 화를 내면 불려가 야단까지 맞아야 한다. 이런 군대가 나라를 지킨다고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5/20200515044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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