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북 대응 태세 총체적 문제

北, 盧정부땐 "총격 오발" 통보
군 관계자 "北 이번엔 언급없어… 오발 아닐 가능성 시사하는 것"
 

북한이 '신형 4종 세트' 탄도미사일 시험을 되풀이하고 전투기 출격 횟수를 이례적으로 늘리는 등 대남 도발의 수위와 빈도를 높이고 있지만 우리 군은 대북 대응 태세에 총체적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신형 탄도미사일 현무-4(가칭) 시험 발사는 실패했고, 지난 3일 북한군의 GP(감시소초) 총격 때는 원격 사격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군기 문란 사고들과 함께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군 안팎에선 "북한이 실제 도발할 경우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 관계자는 11일 "지난 3월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현무-4의 첫 시험 발사가 이뤄졌지만 실패했다"며 "원인은 추진체 이상으로 안다"고 했다. 당시 시험 발사한 현무-4 두 발 가운데 한 발이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은 2017년 11월 한·미 미사일 지침을 통해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 이하' 제한이 풀리자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섰지만 첫 발사 시험은 '절반의 성공'에 그친 것이다. 반면 북한은 신형 4종 세트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의 이번 GP 도발 당시에는 K-6 중기관총의 원격 사격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14.5㎜ 기관총(고사총)으로 도발한 만큼 우리 군도 주력인 K-6로 대응하려 했는데 원격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K-3 경기관총을 일단 발사하고, 이후 K-6 중기관총을 수동으로 조작해 발사했다"고 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는 이 같은 사실을 최초 브리핑 당시 공개하지 않아 "대북 대응 태세에 구멍이 난 것을 숨기려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은 이날도 GP 총격 사건에 대한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군은 "북한은 전통적으로 큰 규모의 도발만 마지못해 사과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합참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5월 경기 연천 GP에서 총격 도발을 한 뒤, 오발이라고 우리 군에 통보했다. 북한은 그해 8월 27일에도 강원 고성 GP에서 1발의 총격을 가했는데, 도발 1시간 만에 "오발 사고가 발생했다. 적대적 의도가 없음을 알린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내왔다.

군 관계자는 "현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와 비슷한 대북 정책을 표방해 왔는데 그땐 북한이 오발을 통보해주고 지금은 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노무현 정부만큼 존중하지 않거나, 이번 총격이 오발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2/20200512001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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