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硏 '北인권백서'…"김정은 집권후 광범위한 인권유린"
"성경 소지, 南드라마 유포, 점 봐줬단 이유로 공개처형"
'3족 멸한다' 경고후 탈북 위축…탈북女 "알몸수색 6회"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북한에서 자의적 처형이 이뤄지고 구금시설에서 폭행과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는 등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유린 행위가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연구원은 11일 발간한 ‘2020년 북한인권백서’에서 “북한에서는 여전히 주민들의 생명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이 평가했다.
2014년 10월 7일 북한 고위층 처형장소로 알려진 평양 인근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14.5mm 고사기관총(ZPU-4 대공포) 6대와 앞쪽에 사형수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들이 서 있는 장면이 미국의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2015년 5월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공개처형을 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북한인권위원회
2014년 10월 7일 북한 고위층 처형장소로 알려진 평양 인근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14.5mm 고사기관총(ZPU-4 대공포) 6대와 앞쪽에 사형수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들이 서 있는 장면이 미국의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2015년 5월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공개처형을 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북한인권위원회

백서에 따르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선전하는 북한에서 기독교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자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서엔 2018년 평안남도 평성에서 성경을 소지했단 이유로 2명이 공개처형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실렸다. 2015년 황해북도 길성포항에서 기독교 전파를 이유로 여성 2명이, 반체제 삐라 유통을 이유로 여성 1명이 공개재판을 받은 후 처형되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8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70세 여성이 ‘미신행위’를 이유로 수성천 다리 밑에서 총살을 당한 사례도 백서에 수록됐다. 북한에서 ‘미신행위’란 점을 보는 것을 뜻한다.
통일연구원이 공개한 2020년 북한인권백서/김명성 기자
통일연구원이 공개한 2020년 북한인권백서/김명성 기자

백서는 마약 거래와 한국 녹화물 시청·유포 행위, 살인·강간 등 강력범죄 행위에 대한 처형 사례가 수집됐다고 밝혔다. 특히 백서는 “주목할 점은 최근 몇 년간 마약 거래행위와 한국 녹화물 시청·유포행위에 대한 사형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들 행위가 북한 전역에 확산하면서 단속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백서는 2014년 함경북도 청진시 광장에서 한국 드라마 유포 및 마약 밀매 죄목으로 1명이 공개 총살됐고, 이 장면을 학교에서 동영상으로 봤다는 탈북민의 증언을 소개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2014년 양강도 혜산시 연봉동에서 남성 2명이 한국영화 유포 등의 이유로 총살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양강도 혜산에 거주하다 2018년 탈북한 50대 여성은 “최근 빙두약(마약) 때문에 총살되는 경우가 많으며 공개처형보다는 비공개 처형으로 진행한다”고 증언했다. 백서는 “북한은 2013년 형법부터 아편재배 및 마약제조 관련 범죄에 대해 사형이 법정형으로 추가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에서 불법적으로 아편을 재배하거나 마약을 제조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구금시설 내에서의 초법적·자의적 처형도 만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서에는 2016년 4월 함흥교화소에서 도주하다 붙잡힌 수감자에 대해 재판절차 없이 공개총살이 이뤄졌다는 증언도 실렸다. 증언자에 따르면, 교화소 측은 처형 장면을 보지 않으려 하는 수감자들에 “출소일을 늦추겠다”고 위협하고, 총살 후에는 시신에다 돌을 던질 것을 강요했다. 2013년 전거리교화소에서 남성 수감자 2명이 싸우다가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북한 당국이 살아남은 1명을 모든 수감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 절차 없이 총살한 일도 있다고 한다.

백서는 “한국행을 시도하다 적발돼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되는 사례는 지속해서 수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 체제 출범을 전후해 국경 통제와 탈북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탈북 과정에서 적발되거나 강제송환된 북한 주민의 인권 침해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백서는 “3족을 멸한다” “현장에서 사살한다” 등 강력한 경고 이후 탈북 현상이 크게 위축됐다고 밝혔다. 김정은 집권 이후 병사들에게 실탄을 지급하고 “월경자 발생시 현장에서 총살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북한 조사기관이 강제송환된 탈북여성을 발가벗긴 채 ‘앉았다 일어서다’를 반복시키거나 알몸수색, 자궁 검사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7년 탈북 도중 경비대에 잡혔던 탈북민은 “소대, 중대, 대대, 군 보위부, 시 보위부, 시 보안서에서 총 여섯번의 알몸수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 밖에도 고문과 불법 체포, 불공정 재판, 감시 및 도청 등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적 행위는 계속되고 있으며, 의식주와 교육 등 사회·경제·문화적 권리도 열악한 상태다. 다만 사형과 관련, “과거보다 공개처형의 빈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실제로 공개처형 현장에 주민이 동원되는 경우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백서는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 공개처형 횟수가 감소해서인지, 아니면 비공개 집행이나 비밀 즉결처형이 늘어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백서는 덧붙였다.

이번 백서는 최근까지 북한에 머문 북한이탈주민 118명을 지난해 심층 면접한 내용과 통일연구원이 입수한 북한 공식 문건, 북한이 유엔 인권기구에 제출한 보고서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통일연구원은 1996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2017년에는 백서 내용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했지만, 2018년부터는 발간 소식을 별도로 공지하지 않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1/20200511034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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