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야생멧돼지가 감염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러시아·중국에서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북한을 거쳐 전파된 것으로 밝혀졌다. 유입 경로로는 족제비, 너구리 등의 매개 동물이나 하천, 사람 등이 꼽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 야생멧돼지 ASF 역학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역학조사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발견된 ASF 바이러스 양성 반응 야생멧돼지 폐사체부터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585건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전국에서 포획·발견된 야생멧돼지 1만6809개체를 검사한 결과, 3.5%인 585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 모두 유전형 II 바이러스로,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ASF 바이러스와 동일하다. 전체 500여 건의 ASF 감염 야생멧돼지는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고성, 포천 등 접경 지역에서만 발견됐다.

연천이 39.3%로 가장 많았고, 이어 화천(37.9%), 파주(16.4%), 철원(0.5%), 양구(0.5%), 고성(0.5%), 포천(0.3%) 순이었다. 과학원은 "최초 유입 양상을 분석한 결과 철원, 연천, 파주는 모두 남방한계선 1㎞ 내에서 발생이 시작됐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이러스가 유입됐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ASF 발생 초기 일각에선 "북한 멧돼지가 남하해서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으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멧돼지의 몸집을 고려하면 철책을 뚫고 내려오기 어렵다"며 "족제비, 너구리, 까마귀 등 철책을 통과할 수 있는 매개 동물이나 하천, 또는 비무장지대를 오가는 사람·차량 등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 멧돼지의 분뇨나 타액이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8/20200508002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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