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GP에 쏜건 중화기 기관총]
北, 과거 도발 때 여러차례 사용… 장성택 처형 때도 사용 알려져

전문가들 "1.5㎞ 이상 떨어진 GP… 오발로 모두 명중시키긴 어려워"
평소엔 총탄 장전하지도 않아
 

북한군이 지난 3일 비무장지대(DMZ) 내 한국군 최전방 감시소초(GP)에 총격을 가할 때 사용한 화기는 14.5㎜ 기관총(고사총)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이날 "우리 GP에서 발견된 북 총탄(탄두)이 14.5㎜인 것으로 안다"며 "북한군은 과거 DMZ 도발 때도 14.5㎜ 기관총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및 합참 관계자들도 이날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에 대한 보고에서 "한 번 당기면 3~4발씩 연발되는 기관총 종류를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이 기관총은 2013년 12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2015년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을 잔인하게 처형하는 데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4년 무렵 북한 군 시설에서 14.5㎜ 기관총(고사총)을 만지며 군 간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4년 무렵 북한 군 시설에서 14.5㎜ 기관총(고사총)을 만지며 군 간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이 기관총은 북 전방 지역에 배치돼 있으며,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등 처형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

군 당국은 우발적인 총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4.5㎜ 기관총이 1.5km 이상 떨어진 우리 GP에 여러 발을 정확히 명중시킨 것에 주목하고 있다. 우발적으로 쏘아 맞히기 어려운 중화기라는 점에서 의도적인 도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4.5㎜ 기관총은 북한군의 대표적인 대공(對空)화기로 활용돼온 무기다. 4정의 기관총을 한 다발로 묶어 4연장 고사총(ZPU-4)으로도 사용된다. 최대 사거리는 8㎞, 유효 사거리는 1.4㎞(대공용은 2㎞), 분당 발사 속도는 550~600발이다. 북한군 전차·장갑차 등에도 광범위하게 장착돼 있다. 북한군은 총신이 2개인 대공화기(ZPU-2)도 최전방 지역 등에서 다수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우리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실은 풍선을 날리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격한 것도 ZPU-2였다. 북한군이 150여 GP에 한 정씩 배치한 14.5㎜ 기관총(KPV)은 총신이 하나짜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래 항공기·헬기 격추용으로 강력한 화력을 갖춰 파괴력은 우리 군의 주력 중기관총인 K-6(12.7㎜)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군 14.5mm 기관총 제원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이날 이번 사건의 진상 파악을 위해 현장에 특별조사팀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우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유엔사도 우발적인 도발로 판단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군 관계자는 이날도 "총격 당시 북한군 GP 근무 교대 시간이었고 짙은 안개가 끼었으며, GP 근처 밭에서 일상적인 영농 활동이 목격됐다"며 우발적인 도발에 무게를 뒀다. 북한군 GP엔 우리 GP를 향해 고정해 놓은 기관총이 있는데, 총기 점검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사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우선 14.5㎜ 기관총이 실수로 1.5㎞ 이상 떨어진 우리 GP를 4발이나 정확히 탄착군(彈着群)을 형성하며 명중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총기 전문가인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 교수는 "14.5㎜ 기관총은 반동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두 손으로 꽉 잡고 쏘지 않으면 목표물을 명중시키기 어려운 무기"라고 말했다. 실수에 의한 오발(誤發)이었으면 정확한 탄착군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북한군은 또 평소엔 기관총에 총탄을 삽입한 상태로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나 북한군이 이틀째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의문이다. 그동안 DMZ 총격 사건의 경우 방송을 통해 '오발'임을 주장하거나 우리 쪽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취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신변이상설에 휘말려 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등장한 것으로 북 언론에 보도된 지 하루 뒤 5년여 만의 DMZ 내 총기 도발이 있었다는 점도 우연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뒤늦게 "북한에 전통문을 통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면서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했고, 이러한 행위에 대해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5/20200505003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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