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모습 드러내자 비판
與도 "거짓 선동… 쇼를 한 셈"
태영호·지성호는 사과 대신 "의문은 남아, 좀 더 지켜봐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하자 청와대와 여당은 김정은 신변이상설을 제기했던 탈북민 출신 태영호(미래통합당)·지성호(미래한국당) 당선자를 향해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김정은 신변과 관련해 "특이 동향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런 가운데 김정은의 건재가 확인되자 위중설 등을 제기한 측을 향해 맹공을 가하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인사는 태·지 당선자에 대해 탈북민 혐오를 유발할 수 있는 비난을 가해 이번 사태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태·지 당선자의 무책임한 발언 때문에 혼선이 빚어졌다"며 "국민들은 어느 쪽 말을 믿을지 확실히 알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지난달 21일부터 "특이 동향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반면 주영 북한 공사 출신인 태 당선자는 지난달 28일 미국 CNN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지 당선자는 지난달 30일 공개적으로 "김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대북 소식통보다는 정부 당국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언론이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여당도 태·지 당선자 비판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2일 "태·지 당선자는 자신들을 따뜻하게 안아준 대한민국 국민에게 허위 정보, 거짓 선전·선동으로 답례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당선자는 페이스북에서 "저잣거리에서 할 법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회 품격을 저버리고 국격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일부 여권 인사는 태·지 당선자에 대해 비판을 넘어 조롱과 인신공격성 비난을 가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황희 의원은 "태·지 당선자가 북한 사회를 이탈한 것 외에 한국 사회에 무슨 가치와 역할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공산주의에 평생 충성했던 과오(過誤)를 만회하기 위해 과잉스러운 언행을 할 수 있지만 자중자애하길 당부한다"고 했다. 태 당선자를 향해 '(김정은 신변 관련) 정보가 있으면 스파이'라고 했던 김병기 의원은 "의미 있는 첩보를 입수하면 언론 플레이하지 말고, 새 삶을 열게 해 준 대한민국 정부에 제공하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태·지 당선자를 향해 "쇼를 한 셈" "관종임을 입증한 것"이라고도 했다.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 등장을 두고 아전인수식 해석도 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비료 공장 준공식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식량과 인민의 생명을 존중한다는 의미"라며 "평화의 길로 가겠다는 메시지임이 틀림없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군은 김정은 등장 하루 만인 3일, 한국군 GP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도발을 했다.

태·지 당선자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태 당선자는 입장문을 내고 "저의 분석은 다소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사용하던 차량이 등장한 것을 언급하며 "김정은의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일까. 의문은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고 했다. 지 당선자는 "나름대로 파악한 내용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태 당선자에 대해 "이 상황에서도 근거 없는 의혹을 일으키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야당은 "정부가 대북 정보를 독점하고선 정치화하고 있다"고 했다. 통합당 출신 무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수차례 서훈 국정원장에게 김정은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통화를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며 "정부·여당이 정보를 독점해놓고는 의구심을 제기한 측을 공격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4/20200504002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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