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착공, 공사 본격 추진은 '하노이 노딜' 후인 작년 3월
평남 순천, 평양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제조업 도시
실패한 공장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로 유명한 곳
北 "에너지절약형·환경보호형 본보기 표준공장" 홍보
 
북한 조선중앙TV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곳은 평남 순천에 있는 순천인비료공장이다. 이곳은 김정은이 지난 1월 6일 올해 들어 첫 현지지도 장소로 찾았던 곳이다. 이 공장은 2017년 7월 착공됐으나,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하노이 노딜' 이후인 지난해 3월부터다. 김정은이 자신의 건강에 전세계적 관심이 쏠린 가운데 공개활동 재개 장소로 이곳을 택한 것은 경제성장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정면돌파전의 첫 승리-자립경제의 발전 잠재력을 과시하는 새로운 비료공업기지 창설'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순천인비료공장 건설의 전후사정을 소개했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평안남도 순천시에 원래 있던 순천석회질소비료공장을 통째로 헐어버리고 2017년 7월 16일 현대적인 순천인비료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평남 순천은 평양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대동강변 도시로, 석탄이 많이 매장돼 있어 탄광과 중공업 공장이 다수 있다. 이번에 질소 비료 공장을 허물고 다른 종류의 비료인 인 비료 공장을 신축한 것이다.

인비료 공장 건설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최고령도자 동지께서는 초기 여러 가지 애로로 부진 상태에 있던 건설 실태를 구체적으로 료해(了解·파악)하시고 린비료공장을 우리 식으로 완벽하게 건설하기 위한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을 펼쳐주시었다"고 했다.

공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다. 통신은 "최고령도자 동지의 정력적인 령도에 의하여 2019년 3월부터 공사는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갔다"며 "공장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기 위한 방향과 방도를 밝혀주시고 설계형성안과 건설역량, 설비, 자금보장에 이르기까지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주셨다"고 했다. 예상과 달리 회담이 '노딜'로 끝나고,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이른 시일 안에 완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북한이 자력갱생 노선에 따라 이 공장 건설에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공장이 본격적 건설에 들어간 10개월 뒤인 지난 1월 6일 새해 첫 현지지도 장소로 순천인비료공장 건설 현장을 찾았다. 통신은 이 덕분에 "건설장의 전투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는 속에 1월 공사실적이 종전의 2.5배로 뛰어올랐다"고 했다. 4월부터는 공장 시운전이 시작됐다. 김정은의 노동절(5·1절) 준공식 참석을 염두에 두고 일정을 짠 것으로 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순천인비료공장 전경.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순천엔 1983년 김일성의 지시로 100억달러를 투자해 세워진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가 있다. 북한은 이 공장을 통해 400여가지 화학 제품을 생산해 경공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989년 1단계 공사를 끝낸 뒤 건설이 중단됐고, 생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비날론은 석탄과 석회가 주원료여서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카바이드, 화학비료생산 등 관련 공장을 하나의 기업체에 집약시킨 것"이라며 "원료 공급과 생산, 수용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덩치가 너무 커져 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다른 공장까지 악영향을 줘 효율성이 극히 떨어진다"고 했다. 제조 공정상 전력을 지나치게 많이 소모한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통신은 순천에 이날 완공 순천린비료공장에 대해 "원료투입으로부터 제품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이 자동화, 흐름선화되여있고 에네르기절약형, 로력절약형, 환경보호형으로 이루어진 화학공업부문의 본보기, 표준공장"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이 과거 순천비날론공장의 흑역사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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