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태양절 불참' 카드로 국제사회 관심 끌어
20일 '침묵' 후 나올 다음 '카드'는?
미사일 도발 가능성
문 정부, 대북 사업 속도낼 듯

김정은이 2016년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시험발사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이 2016년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시험발사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했다. 조선중앙방송은 2일 김정은이 전날인 노동절 평양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방송은 김정은이 지난달 15일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 행사에 이례적으로 불참하고 그 전후로 두문불출했던 이유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3주 가까이 잠행한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계획된 전술이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초부터 11월 재선 준비에 들어가 북한 이슈를 거의 입에 올리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는 북한 비핵화 이슈를 밀어냈다. 이에 김정은이 대북 제재 완화의 키를 쥔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을 평양으로 끌기 위해 국제사회 여론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트럼프, ‘재선·코로나’에서 ‘김정은’으로 시선 이동

실제로 ‘김정은 이상설’은 지난 20일간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NK뉴스·CNN 등 미 매체가 지난달 중순 김정은 수술설 등을 단독 보도하자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중국 의료진이 평양으로 급파됐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도 나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상화실장을 맡았던 대북 전문가를 비롯해 탈북민 출신 정치인의 추측성 주장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코로나 대응 브리핑을 하면서도 코로나와 무관한 김정은 이상설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며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이상설’이 계획된 여론전이었다면, 북한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나는 안다, 말 못한다' 오락가락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에서 미국 노인 대상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 관련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의 생사 여부에 대해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면서도 '당장은 김정은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EPA 연합뉴스
트럼프 "나는 안다, 말 못한다" 오락가락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에서 미국 노인 대상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 관련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의 생사 여부에 대해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면서도 "당장은 김정은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EPA 연합뉴스



◇金은 미사일 발사, 文대통령은 대북 사업 박차 가할 듯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잡아끄는데 성공한 김정은이 조만간 탄도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로 재차 존재감을 과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한국을 비롯 세계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수차례 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별도의 유감이나 규탄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도 북의 이 같은 도발에 적극 대응하지 않아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긴장감 고조로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제재 완화를 얻어내야 하는 김정은으로선 답답한 정세가 계속됐떤 셈이다. 다만 김정은이 ‘이상설 불식’ 이후 지난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만큼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코로나 확산의 불길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재인(맨 앞줄 왼쪽 둘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와 함께 2018년 9월 19일 밤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맨 앞줄 왼쪽 둘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와 함께 2018년 9월 19일 밤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CNN 등 미 보도로 촉발된 ‘김정은 이상설’이 2일 불식됨에 따라, 청와대가 남북 철도 등 대북 사업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남북의 정상이 역사적 판문점 선언을 한 지 2년이 됐다"며 "판문점 선언은 전쟁 없는 평화로 가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고 했다. 이어 "판문점 선언은 9·19 남북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로 이어져 남북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키는 출발점이 됐고, 사상 최초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김정은을 세 차례 언급했다. 그는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손잡고 함께 군사분계선을 오가는 장면은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벅찬 감동을 줬다"고 했다. 또 "나와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신뢰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평화 경제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했다. "남과 북은 하나의 생명 공동체"라는 표현도 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지난달 27일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남북 협력이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외교가에선 “미국이 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보다 대북 협력을 더 우선시하는 점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2/20200502004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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