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상설이 제기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째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으면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외신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외신들은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권력 승계 1순위는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백두혈통’이라는 상징성이 큰 김여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도,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인 북한에서 여성인 김여정이 실제 ‘권력 1인자’에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분석도 내놨다.

미국 타임지는 지난 27일(현지 시각) “김정은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지는 ‘김정은의 여동생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성이 북한을 이끌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여정은 김정은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 중 한 명”이라며 김여정의 이력을 자세히 소개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연구원은 “김여정은 평양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약 4년간 스위스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김여정(오른쪽)이 김정은과 함께 지난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한 모습/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여정(오른쪽)이 김정은과 함께 지난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한 모습/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여정은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에서 김정은 뒤로 상복을 입은 모습이 북한TV에 찍히며 처음 얼굴을 드러냈다. 김여정이 공식 석상에 처음 나온 건 3년 뒤인 2014년 최고인민회의(국회 격) 대의원 투표장이었다. 2016년 당 중앙위원, 2017년 정치국 후보위원 겸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했을 때에는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고 타임지는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 날 김여정을 ‘떠오르는 스타’(Rising star)라며 김여정의 권력 승계 가능성을 분석했다. FT는 김여정이 아버지 김정일의 총애를 받았으며, 10대 시절부터 북한 선전선동의 대가인 김기남으로부터 권력을 위한 훈련을 받아왔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BBC는 28일 김정은이 사라질 경우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는 '김씨 일가' 3명을 소개하면서 김여정을 가장 먼저 꼽았다. 나머지 2명은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과 김정일의 이복남동생으로 김정은의 삼촌인 김평일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모습. /조선일보 DB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모습. /조선일보 DB

◇“북한은 가부장 사회…여성이 권력 장악 쉽지 않아”

하지만 외신들은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서 김여정이 정권과 군부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타임지에 “김씨 왕조가 시작된 이래로 승계 작업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뤄졌는데 김여정은 (김정은의) 후계자 부재시 섭정을 하는 사실상의 리더가 될 것”이라면서도 “김씨 왕조의 영향력은 이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타임지는 그러면서 "김여정이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볼 때 그가 여성이란 점은 매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도 “남성 국가인 북한에서 여성인 김여정이 권력의 정상을 차지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김여정 외에 다른 인물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김라미 윌슨 센터 연구원은 1970년대 김정일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 40여년간 해외를 떠돌다 작년 북한에 귀국한 김평일의 역할을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그가 작년 북한으로 되돌아온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한 가지 시나리오는 김정은이 자신의 건강, 가족, 정권에 우려해왔기 때문에 김평일에게 권력을 승계하거나 김여정을 돕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고 타임지는 전했다.

반면 BBC는 “김평일은 작년에야 북한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그가 평양의 엘리트 정치에서 중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여성인 김여정이 북한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 내 공식 서열 2위인 최룡해 제1부위원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내놨다.

그러나 타임지는 “북한은 가족에 의해 통치돼 왔으며 북한 시민들은 이들을 신과 같은 인물로 존경한다. 김씨 왕조는 백두 혈통에 통치권을 부여하는 유전 왕조로 김씨 가문 외에는 정당성에서 밀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한에서 중요한 건 후계자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여부가 아니라 김씨 혈통인지 여부”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9/20200429028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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