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자신만의 '성' 지어놓고 살아
북 주민, 억압 궁핍 이미지 가리고자 관광 집중

박정현 전 CIA 분석관의 저서 '비커밍 김정은'.
박정현 전 CIA 분석관의 저서 '비커밍 김정은'.

김정은이 자신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라 생각하고 부인 리설주는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키처럼 세련되고 교양있는 여성이 되도록 ‘그루밍(grooming)’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루밍은 사람을 특정한 목적을 두고 훈련시키거나 애완 동물을 잘 관리하고 길들이며 키운다는 의미의 영어 표현이다.

미 중앙정보부(CIA) 대북 분석관 출신인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28일(현지 시각) 출간되는 저서 ‘비커밍 김정은: 북한의 수수께끼 같은 젊은 독재자에 대한 한 전직 CIA 요원의 통찰’에서 이 같은 분석을 공개했다.

박 석좌는 책에서 “김정은은 자신이 젊은 시절의 케네디라고 믿는 그만의 ‘카멜롯(전설 속 아서 왕이 다스린 왕국의 수도이자 궁궐)’을 지어놓고 사는 상태”라고 했다. 명문가 출신인 케네디는 마흔 셋이던 1960년 대선에서 닉슨 공화당 후보를 누르며 미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는 대선 유세 당시 미국이 소련보다 핵무기 개발 경쟁에서 뒤졌다며 ‘미사일 격차’를 줄이자며 강한 군사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오하이오주에서 패배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다는 이른바 '오하이오 징크스'를 깬 유일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는 김정일의 네번째 부인이자 북한에서 차별받는 북송(北送) 재일교포 출신의 고영희의 아들인 김정은이 여러 경쟁자를 뚫고 후계자가 된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핵·미사일 등 비대칭 전략 무기 개발로 한국에 군사적 우위를 점하려 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다만 케네디는 집권 약 2년 10개월만인 1963년 11월 22일 암살됐지만, 김정은은 너무 어려 권력 장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2011년 집권해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는 지난 15일 태양절 행사에 이례적으로 불참하고 2주 넘도록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설’에 휩싸인 상태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8년 4월 14일 쑹타오(오른쪽)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로비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은 왼쪽에는 부인 리설주가 함께 계단을 오르고 있다. 로비에 김정은·시진핑 사진이 걸려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가운데)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8년 4월 14일 쑹타오(오른쪽)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로비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은 왼쪽에는 부인 리설주가 함께 계단을 오르고 있다. 로비에 김정은·시진핑 사진이 걸려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박 석좌는 “김정은이 리설주를 흠잡을 데 없는 매너와 패셔너블한 의상으로 미 퍼스트레이디였던 재키처럼 되도록 가꿨다”고 했다. 실제로 리설주는 공식 석상에서 자주 고급 브랜드 제품을 착용하고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클러치 백과 모바도 손목시계를 착용한 적도 있다. 김정은과의 친분으로 북한을 수차례 방문한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은 2014년 "리설주는 구찌와 베르사체를 좋아하고, 옷을 잘 입는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은이 놀이공원, 호화 리조트 건설에 공을 들이는 것도 관광 수입 확대 목적뿐 아니라 수십만명의 북한 주민이 강제 수용소에 갇힌 ‘진실’을 ‘대안 현실’로 바꾸려는 시도라고 박 석좌는 분석했다. 북한 주민은 억압을 받고 궁핍한 생활을 한다는 ‘진실’보다는 북한에는 스위스 같은 스키장도 있고, 한국보다 뛰어난 온천 시설과 리조트가 있다고 시선과 관심을 돌리려는 선전술이라는 것이다.

미 컬럼비아대 역사학 박사 출신인 박 석좌는 헌터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2009년 CIA에 합류했다. 2014년까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 분석관으로 정보 수집과 관련 연구를 담당했다. 2011년에는 백악관에서 직접 현안 브리핑을 했다. 2014년~2016년 미국 내 정보·수사기관의 총감독 기관인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 담당 부정보관을 지냈다. 2017년 브루킹스 석좌 임명 전까지 CIA 동아시아 태평양미션센터 국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석좌로 있으면서도 CIA, 국가정보원 등 각국 정보기관의 대북 담당자들과 만나며 각종 정보와 분석 자료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7/20200427047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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