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11시쯤 베이징 외교가 싼리툰(三里屯)의 독일 대사관 정문. 전날 저녁 탈북자 1명이 진입한 독일대사관 앞은 중국 공안(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이들은 기자들에게 ‘사진 촬영은 안된다’, ‘즉시 이곳을 떠나라’고 위협적으로 몰아붙였다. 한국 방송 취재단은 촬영한 필름을 모두 빼앗겼다. 지난해 장길수군 일가족과 지난달 탈북자 25명의 외교 공관 진입 때와는 사뭇 다른 살벌한 풍경이었다.
외교 공관을 통한 한국 망명 성공을 지켜본 중국내 탈북자들은 이제 외국공관 진입을 가장 확실한 한국행 티켓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단속도 갈수록 엄해진다. 탈북자 25명의 ‘결행’이 있은 직후 베이징의 한 탈북자는 한국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공안들이 포위망을 좁혀온다”며 은신처를 알아봐달라고 매달렸다.
독일과 미국대사관에 들어갔던 탈북자 3명은 28일 한국에 안착했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 공관을 향한 탈북자들의 ‘돌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베이징 주재 외국 공관들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등 종합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외교 공관에 들어갔다고 탈북자 단속이 강화되고 북한이 탈북자들 코를 꿰여 송환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정면으로 맞부딪쳐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조용한 외교’가 자신들의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외교를 포장하는 수식어가 돼서는 곤란하다.
/呂始東·北京특파원 sdye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