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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상봉 - 서울·평양 석별의 현장 다시 기약없는 이산… 가슴친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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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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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의 짧은 만남 후에 가족들은 다시 기약없는 이별에 들어갔다. 아련하기만 하던 어머니 얼굴이 막 익숙해지고, 딸의 얼굴에 드리워진 주름살이 어색하지만은 않다고 느낄 참이었다. 지난 72시간. 남과 북의 200 가족들은 ‘꿈’을 꾸었다. 죽은 줄 알고 제사를 모시던 어머니 아버지를 만났고, 전쟁 중에 잃어버린 아들이 올리는 큰 절을 받았다. 손을 잡고 얼굴을 부비며 울다간 웃고, 웃다가 또 울었다.

“지금 헤어지면 다시는 연락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해야 합니까. ”

상봉 마지막날인 17일 이산가족들은 다시 오열했다. 개별상봉이 이루어진 서울 워커힐호텔과 평양 고려호텔은 헤어지지 않으려는 가족들의 울음과 안타까운 한숨으로 가득찼다. 오후 1시45분 워커힐호텔 선플라워홀. 가족들과 마지막 상봉과 점심을 마친 50가족이 호텔 식당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살아서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 어머니를 부축하고, 오빠의 손을 잡은 가족들은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겼다. 40m쯤이나 걸었을까. 엘리베이터 앞에서 안내원이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돌아가십시오. ”

떨어지지 않으려는 가족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북한의 인민화가 정창모씨는 오열하는 누나와 동생을 안으며 ‘다음에 만나자, 다시 올 수 있다’고 위로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60세를 훌쩍 넘긴 북에서 온 아들은 어머니 품에 다시 안겨 흐느꼈다. 17년 전 이산가족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출연자들에게 “마음을 가다듬으시고…”라며 달랬던 아나운서 이지연씨도 끝내 울었다. 북에서 온 오빠가 술을 건네며 “아버지 산소에 꼭 따라드려라”고 말하는 순간이었다. 일부 상봉자들은 생일을 앞당겨 이날 객실에서 생일잔치를 열었다.

하지만 눈물로 얼룩진 생일상이었다. 28일이 생일인 북한 평양음악무용대 교수 김옥배(62)씨는 어머니 홍길순(88)씨가 손수 차려준 생일상을 받고 흐느꼈다.

헤어짐의 한숨은 밤새 끊이지 않았다. 저녁 만찬은 북쪽 방문단만 참석한 가운데 착잡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남쪽 가족들은 올림픽파크텔에서 TV뉴스를 보며 허탈한 마지막 밤을 지샜다. 북에서 온 동생 김정태(72)씨를 만난 김규태(75)씨는 “동생을 만났다는 사실도 헤어졌는지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눈물을 닦았다.

북에서 온 아버지 유렬(82)씨를 만난 인자(60)씨는 “집으로 모셔 대접할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 병석에 있는 어머니를 끝내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양한상(69)씨의 동생 한종(64)씨도 “만남 장소가 제한돼 형이 여기까지 와서 어머니를 못 보고 간다”고 안타까워했다. 같은 시각 평양 고려호텔도 모습은 똑같았다.

동생을 만난 현하룡(73·경기 안산시 시흥동)씨는 “편지로나마 계속 소식을 주고 받을 수는 없겠느냐”며 안타깝게 말했다.

/안석배기자 sbahn@chosun.com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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