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마지막 올림픽인 시드니도 금빛으로 장식하고 싶어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8회 아시아여자핸드볼 선수권에 출전한 게임 메이커 오성옥(28)의 마음은 벌써 시드니에 가 있다. 17일 결승전에서 만날 일본은 올림픽 ‘스파링 파트너‘일 뿐이다. 오성옥의 이력서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세계핸드볼 선수 가운데서도 가장 화려하다. 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 95세계선수권 금, 96애틀랜타올림픽 은. 오성옥의 ‘올림픽 각오’를 16일 전화로 물어봤다.

―15일 북한과의 준결승 분위기는?

“북한이 꼭 이길 생각이었는지 몸싸움을 심하게 걸어왔다. 그 동안 태릉에서 체력훈련을 충분히 한 덕분에 후반으로 갈수록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어차피 우리 목표는 올림픽이다. ”

―96년 애틀랜타에서는 덴마크와 연장 끝에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는데.

“한국과 노르웨이, 프랑스, 헝가리 등 정상권팀의 실력차는 종이 한 장도 안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체력과 정신력을 누가 유지하는가에 승패가 갈린다. 선수로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심판 판정과 운도 대단히 중요하다. ”

―주부선수로서 어려움도 많을 텐데.

“남편과 두살배기 아들과 오래 떨어져 있는 게 고통스럽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서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뿐이다. ”

―이번 대표팀의 전력이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 대표팀의 응집력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기량이 조금 달려도 핸드볼은 7명이 하는 경기다. 내가 한 발짝 더 뛰면 동료가 조금 더 좋은 찬스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선수들이 뭉쳐 있다. ”

―세 번째 출전하는 올림픽이라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 같다.

“바르셀로나 때는 막내였다. 선배들이 잘 이끌어줘서 금메달을 땄고, 한국핸드볼이 세계 강호로 성장했다. 이제는 내가 그 몫을 해야 한다. 솔직히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지만 한 경기 한 경기 기도하는 마음으로 뛰겠다. ”

/민학수기자 haks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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