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국경 봉쇄에… 1분기 탈북민 역대 최저
브로커들 "코로나로 생계 막막…파산 직전"

북중 국경 지역에 탈북 방지용으로 설치된 사람모형 사격 표지판. /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중 국경 지역에 탈북 방지용으로 설치된 사람모형 사격 표지판. /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도와온 브로커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 1월 하순 북한이 전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폐쇄한 지 두 달이 넘으면서 이들의 돈줄인 ‘탈북 비즈니스’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탈북민 출신이 대부분인 이들은 국내에 머물며 반찬을 만들어 팔거나 새벽 인력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등 생계형 돈벌이에 내몰리고 있다.
 
깍두기
깍두기


10년 이상 탈북 브로커로 활동하며 1000명이 넘는 북한 주민을 탈북시켜 이 업계 ‘큰 손’으로 통하는 여성 A씨는 지난달부터 서울의 자택에서 깍두기와 김치, 가자미 식혜를 만들어 팔고 있다. A씨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무실 비용도 내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져 깍두기를 만들어 판다”고 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남성 브로커 B씨는 “압록강·두만강이 50일 넘게 봉쇄돼 아무도 국경을 넘지 못한다”며 “갖고 있던 자금이 바닥 났다. 생계가 막막해 얼마 전부터 공사판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브로커들의 ‘생활고 호소’는 엄살이 아니다. 이들의 ‘돈줄’인 신규 탈북민이 실제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6일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입국한 탈북민은 135명(여성 96명, 남성 39)이다. 전년도 1분기 229명(여성 191명, 남성, 38명)의 거의 반 토막 수준이고, 탈북민 입국이 본격화된 2000년대 초반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로커들은 탈북민 1인당 탈북 비용으로 1000만~1500만원을 받는다. 북한 국경경비대에 건네는 뇌물, 중국측 협력자에게 주는 수고비, 중국에서 제3국까지 이동 경비 등을 제외하고 대략 10%를 수익으로 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브로커들은 북한 내 협력자들과 연락망만 유지하며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B씨는 “교회나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는 브로커들은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나홀로 활동하는 브로커들은 파산 직전”이라고 했다.

국경 봉쇄로 국내 탈북자들이 북한 내 가족에게 송금하기도 어려워졌다. 탈북 브로커 C씨는 “북한 내부에서도 지역간 이동이 철저하게 통제돼 돈 받으러 국경으로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수료를 받아 먹고 살던 북한 내 송금 브로커들도 배를 곯고 있다”고 했다.

국경 봉쇄 이전 탈북했다가 코로나 창궐로 중국 내 발이 묶인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탈북민 단체 관계자는 “중국에 은신한 탈북민들은 거의 두달 째 꼼짝 못하고 있다”며 “이들의 장기 체류 비용을 대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6/20200406032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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