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마스크 착용 지시에 집에 있는 천으로 마스크 제작"
탈북 의료인 "멸균 처리도 소독도 안된 천…방역 효과 없을 것"
 
마스크를 쓴 북한 소녀들이 평양 도심에 만개한 봄꽃을 바라보는 모습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26일 보도했다./노동신문·연합뉴스

북한 당국이 모든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강요하면서, 주민들이 집에 있는 천조각으로 마스크를 자체 제작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에서 직접 만든 마스크는 '방역 효과'가 없어 '눈가리고 아웅'식 방역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는 2일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외출이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어린이들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문 앞 5미터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어 주민들이 마스크를 구하느라 몹시 바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대로 된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집에서 자체로 만들어 쓰고 있다"면서 "입던 옷가지나 쓰지 않던 천조각을 잘라 마스크 모양으로 대충 만들어 마스크를 쓴 것처럼 흉내만 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공장에서 만든 위생마스크가 아니라 개인이 만든 천마스크를 쓰고 있다"면서 "장마당에 가면 마스크를 팔긴 하지만 중국산 마스크 한 장 값이 쌀 수키로 값에 맞먹는데 누가 그걸 사서 쓸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도 "요즘 도(道)방역소에서 주민들의 마스크착용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어 아무 천이나 잘라 마스크를 만들어 사용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정품마스크를 살 돈이면 식량을 사서 보태야지 마스크를 구입할 여력이 어디 있느냐고 푸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탈북 의료인은 "천 자체가 멸균 상태도 아니고 소독도 안됐을 것"이라며 "국가의 강요에 의해 개인이 만든 마스크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할 뿐 방역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료인은 이어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거르는 필터가 들어갔느냐, 안 들어갔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북한 당국은 핵이나 무기를 만들게 아니라 이런 것(마스크)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