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전우회장 전준영씨, 행사 참석 후 페이스북에 글 올려
코로나 사태로 축소 진행?.. 文 대통령, 취임 후 첫 참석
"포털도 천안함 잊었다"?.. 댓글엔 "기승전코로나" "北엔 한마디도 없어"

“천안함 10주기=코로나 행사.” “이게 나라냐. 이번 행사 할 말이 많다.”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33)씨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을 게시글을 올렸다. 전씨는 2010년 천안함 피격 당시 갑판병으로 복무했다. 그는 전역 후 대전에서 자동차 영업 사원으로 일하며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동료 승조원 46명을 지속적으로 기리기 위해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을 맡아 왔다.

전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오늘 주인공은 희생자가 아니라 코로나였다”고 했다.
 
전준영씨가 27일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전준영 페이스북 캡처
전준영씨가 27일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전준영 페이스북 캡처


전씨는 또 “포털사이트도 천안함을 잊었습니다”라는 게시글과 함께 3·1절이나 세월호 1주기 당시 네이버와 구글 등 주요 포털의 메인 화면과 이날 화면을 비교한 사진을 올렸다.

전씨가 올린 게시글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할 때 ‘뭐든 코로나. 기승전코로나’” “북한에 대한 건 한 마디도 없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생중계도 안 하고, 규모도 축소하고, 대통령은 어디 갔는지 무능·무력을 넘어 부끄러운 정부”라고 적었다.
 
전준영씨가 27일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전준영 페이스북 캡처
전준영씨가 27일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전준영 페이스북 캡처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처음 지정된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등 서해에서 발생한 남북 간 무력충돌에서 희생된 장병들을 기리는 날이다. 천안함 피격사건 발생일(2010년 3월 26일)에 맞춰 매년 3월 네 번째 주 금요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당초 계획보다 축소 진행됐다. 국가보훈처는 행사에 앞서 “국토수호의 의미와 국민의 코로나 극복 의지를 담아 의미 있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오늘 코로나19에 맞서며 우리의 애국심이 연대와 협력으로 발휘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했다. 기념사에서 ‘코로나’라는 단어는 총 4번 등장했다. 반면 ‘북한’, ‘폭침’ 등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C}{C}전준영<오른쪽>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이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5회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제2 연평해전 생존자 권기형<왼쪽>씨와 함께 있는 모습./전준영 페이스북 캡처
전준영<오른쪽>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이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5회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제2 연평해전 생존자 권기형<왼쪽>씨와 함께 있는 모습./전준영 페이스북 캡처


전씨는 본지 통화에서 “군 관련 행사이자 희생자들을 기리는 행사인데, 코로나 사태에 대한 극복이 중심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국면인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굳이 이 행사에서까지 코로나 얘기를 반복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전씨는 “천안함 피격이 누구의 소행인지 혹은 북한에 의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겠다는 등의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행사를 마친 뒤 유족과 생존자들이 ‘이 행사에 안 왔어도 됐을 정도로 허무하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문 대통령 분향 때 질문하는 유가족./연합뉴스
문 대통령 분향 때 질문하는 유가족./연합뉴스


이날 행사 중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희생된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76) 여사가 분향을 하려던 문 대통령을 막아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 여사는 문 대통령에게 “(천안함 피격이)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 공식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27/20200327041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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