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9·19 군사합의로 적대적 군사행위 중지"…北 포사격 훈련 외면했나
우한 코로나 여파로 행사 축소 진행…유가족 등 180여명만 참석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중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등 서해에서 발생한 남북 간 무력충돌에서 희생된 장병들을 기리는 날이다. 서해수호의날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처음 지정됐다. 당시 정부는 천안함 피격사건 발생일에 맞춰 매년 3월 네 번째 주 금요일로 기념일을 정했다.

문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서해수호의 날엔 대구에서 열린 로봇산업 육성전략 보고회에 참석했다. 취임 첫 해에는 UAE와 베트남 순방길에 올랐다. 이로 인해 문 대통령 대신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행사를 주관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이던 2017년에도 당내 경선후보 합동토론회 일정으로 불참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처음 참석한 문 대통령은 '애국심'을 강조했다.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군인들의 희생 정신을 높이고, 나라를 위해 산화한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보훈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했다.

반면 서해 상에서 무력 도발을 벌였던 북한을 향해선 별다른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2018년 남북 간 ‘9·19 군사합의’로 서해 바다에서 적대적 군사행동을 중지했다"가 전부였다. 심지어 문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북한은 지난해 1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서부전선 창린도 부대의 포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당시 북한이 포사격 훈련을 한 날은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를 맞는 날이었다. 국방부는 당시 북한의 포사격 훈련에 대해 "남북 군사당국이 합의하고 그간 충실히 이행해 온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이러한 유사한 재발하지 않도록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첫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참석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외교·안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지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보의 상징적 사건에 대해 한번도 참석을 안 하다가 총선을 앞둔 올해에서야 처음 참석했다"며 "서해수호의날 행사가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문재인 정부 3년간 취약해진 국가안보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은 우한 코로나 여파로 예년보다 규모가 축소됐다. 행사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등 정부 관계자들과 제2연평해전 유가족 및 연평도 포격도발 유가족, 천안함 유가족, 고(故) 한주호 준위 유가족 등 유가족 93명과 참전 전우 38명 등 18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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