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가 의료관리 시스템이 마비될 위기에 처하면서 비밀리에 국제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연일 '확진자는 0명'이라고 선전하던 북한은 최근 우한 코로나 검사 역량을 늘릴 수 있도록 시험 키트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최근 비밀리에 국제사회에 전달했다.
 
지난 9일 북한 평양 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평양 시민들. /연합뉴스

지난 1월 우한에서 처음으로 우한 코로나 발병 소식이 전해진 후 중국과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 북한은 즉각 국경을 폐쇄하고 코로나 확진자 감염 사례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았다. 치명적인 감염병이 지난 세 달동안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과 한국을 휩쓸었음에도 북한은 어떠한 조치나 확진자 공개도 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확인된 확진자 건수만 8만1000여 건, 사망자는 3300명에 달한다.

지난달 말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은 확진자 수가 '0'명이다. 지난 21일까지도 북한 노동신문은 공식적으로 '확진자는 0명'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방역선진국도 못 잡는 악성전염병이 조선에만 들어오지 못해 세계가 놀라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 정통한 국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바이러스 확진자 검사 능력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내 감염이 없다는 '무(無) 확진자'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FT는 북한 내부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정부가 우한 코로나 확진자 감별을 위한 검사 키트를 가지고 있지만 키트의 수가 충분하지 않아 국제 사회에 키트를 더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두 달 간 1만 명에 달하는 북한 시민들이 격리됐다. 국제 보건 전문가들은 우한 코로나의 높은 전염성으로 인해 북한 내부에서도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보고있다.

한편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료품 공급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니세프 및 국제 적십자사 연맹 등 국제 단체들이 합법적 대북 송출을 허용하기 위해 유엔의 제재를 철회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최소 수주가 더 소요될 예정이다. 미셸 바첼렛 유엔 인권 최고 대표 역시 "필수적인 의료 장비와 물품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유연한 제재 면제가 필요하다"며 승인을 촉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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