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연, 오세훈 유세현장 따라다니며 '사퇴' 시위
선관위 "선거법 위반" vs. 대진연 "표현의 자유"
오 후보 "경찰이 제지 안해, 직무 유기"
오 후보, 선거운동 잠정 중단·경찰서 앞 1인시위

23일 오전 서울 지하철 건대입구역. 4·15 총선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출근 인사를 건네자, 대학생 10여명이 오 후보를 ‘ㄷ’자로 둘러쌌다. 이들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으로, ‘정치인은 언제나 기부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사퇴가 답이다” “금품 제공 할 수 없다” 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 후보가 설·추석 명절 때 선거구민에게 금품을 제공해 검찰에 고발당한 점을 들며 사퇴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오 후보는 “이건 선거운동 방해입니다. 선거법 위반입니다”라고 했지만, 대진연 측은 꿈쩍하지 않았다.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23일 오전 오세훈 후보의 선거 운동 현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세훈 후보 측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23일 오전 오세훈 후보의 선거 운동 현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세훈 후보 측



‘대진연’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 환영 대회와 각종 반미(反美) 시위를 주도해온 대표적인 친북(親北) 성향 대학생 단체다. 대진연 회원 중 일부는 작년 10월 주한 미(美) 대사관저에 난입해 반미 시위를 벌였고, 4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 10여일 간 오 후보의 선거 운동 현장을 따라다니며 비슷한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오 후보 측은 “지난 10여일간 2인 1조로 따라다니면서 피켓 시위를 벌이다가 이날은 아예 후보를 둘러싸고 조직적으로 선거 운동을 방해했다”며 “명백한 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제지 요청을 했으나 듣지 않았다”고 했다. 오 후보 측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오 후보는 “경찰 아저씨들, 조치해주세요. 이대로 계시는건 직무유기 아닙니까. 여당이라면 이렇게 하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대진연을 제지하지 않았다. 대진연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드디어 만났는데 금품제공 여전히 사회 통념이라고 생각하는 오세훈 후보 사퇴가 답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는 선거법 위반이다. 지난 18일 광진구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진연 측에 이 같은 팻말 시위가 선거법 위반 이라며 중지 요청 공문<사진>을 보냈다. 선관위는 ‘후보자의 성명이나 사진, 또는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본다’는 판례를 들며 시위를 중지라하고 요청했다. 대진연이 ‘돈 봉투 금품제공 근절!’ 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것은 오 후보의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거법 위반이란 것이다. 대진연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규탄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선관위는 광진경찰서에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광진서 소속 경찰 10여명이 이날 현장에 나왔다. 그러나 경찰이 이를 제지하지 않자, 오 후보는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고 광진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광진구 선관위가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측에 보낸 '공직선거법 위반행위 중지요청' 공문./대진연 페이스북
광진구 선관위가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측에 보낸 '공직선거법 위반행위 중지요청' 공문./대진연 페이스북



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경찰은 대진연의 지속적인 선거운동 방해 행위는 물론 오늘 현장에서의 불법 행위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광진경찰서는 대진연의 불법행위들에 대해서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직무유기를 넘어 이들을 비호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 후보는 “경찰로서 응당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고 방조하도록 지시한 책임자를 밝히고 수사할 때까지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겠다”며 “확실한 재발방지 방안이 있을 때까지 광진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 통해 강력하게 항의하겠다”고 했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서울 광진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오 후보는 '경찰이 대진연 측의 선거운동 방해를 제지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 측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서울 광진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오 후보는 "경찰이 대진연 측의 선거운동 방해를 제지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후보 측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23/20200323033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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