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왼쪽)을 수행하고 있는 김여정. /뉴시스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왼쪽)을 수행하고 있는 김여정. /뉴시스

미국 전문가들은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대남 담화에 대해 "북한 내에서 김여정의 지위 상승이 뚜렷하게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을 코너로 몰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담화 내용 자체는 그동안 한국 정부를 여러 차례 비난해온 연장선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여정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며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여정의 높아진 지위가 이번 담화를 통해 확인된다"며 "이번 담화는 김여정의 이름으로 나온 첫 성명으로 조직 내에서 그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고, 김정은의 비서가 아닌 정책입안자로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담화는 과장된 전형적인 북한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며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게 없다"고 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남북관계가 한창 좋았던 2018년 이후 북한은 한국 정부 지도부를 매우 멸시하고 모욕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더불어 미·북 협상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으려고 노력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코너로 몰았다"고 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선임국장은 "이번 담화를 통해 북한이 고립 노선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런 양상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보건협력이 논의돼야 할 시점인데 북한은 이같은 한국의 '평화 이니셔티브' 정책에 반응할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노퍼 국장은 "이번 담화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는 건 최소한 (훈련이 실시되지 않는)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도 김정은이 이미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제재 해제와 한·미 연합훈련의 종료 등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김여정의 주장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고 했다. 다만 "(거듭해서) 북한이 한국 측에 한·미 연합훈련을 재고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4/20200304013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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