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유엔 군축회의서 서로 향해 "싱가포르 합의 어겼다" 설전

北 "싱가포르 합의 준수했지만 美 대북 압박정책 계속해"
美 "北 핵무기 고집하는 정책 포기하지 않았다"
 

유엔 군축회의에서 미국과 북한 대표가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 준수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북측 대표는 자신들은 싱가포르 합의를 준수했지만 미국이 대북 압박 정책을 계속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미국 대표는 싱가포르 합의를 지키지 않은 쪽은 북한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이 핵무기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각) 오후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유엔 군축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북측 대표는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유예했고, 핵실험장을 폐기했다"며 "미군 유해들도 미국에 송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계속하고 첨단무기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등 최대한의 대북 압박 정책을 펼치며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은 미국에 배신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hostile policy)을 포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미국 대표는 "정작 속은 사람들은 북한 정권이 아니라 남북한 및 지역 주민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들은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북한 정권에 속았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고집하는 무모한 정책을 포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북측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한국을 향해 "한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한국은 남북 관계에서 미국의 승인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을 세계가 다 안다"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말라"고 했다.

반면 한국은 북한의 핵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군축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한반도 평화 과정과 대화 노력을 추진해 왔지만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아직 협상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한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고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견인하는 한편,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위한 여건을 강화하고자 한다"면서 "우리는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이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