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노동신문 "남측은 초대형 재난 상황, 방역망 통제 벗어나"

북한이 21일 이틀 연속 관영매체를 통해 한국의 우한 코로나 폐렴 확산 상황을 전하며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신형 코로나비루스(코로나19) 감염증이 들어오지 못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함경북도의 한 의료기관에서 폐렴·독감 증상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 12명이 지난 9일을 전후해 이틀 사이에 연달아 숨지자 이들을 급히 화장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신형코로나비루스감염증을 철저히 막자 - 순간도 방심하지 않도록 위생선전사업을 줄기차게' 제목 아래 마스크를 끼고 코로나19 대응 회의를 하고 있는 평안북도인민병원 의료진의 모습을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신형코로나비루스감염증을 철저히 막자 - 순간도 방심하지 않도록 위생선전사업을 줄기차게' 제목 아래 마스크를 끼고 코로나19 대응 회의를 하고 있는 평안북도인민병원 의료진의 모습을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한국의 우한폐렴 발병 상황에 대해 '104명 확진·1명 사망'이라는 공식 집계를 전하며 "방역통제 범위를 벗어나 여러 지역으로 급속히 전파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북한은 전날 한국에서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관련 상황을 신속하게 전했다. 또 한국의 상황과 관련, "방역망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는 초대형 재난 상황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확진자가 없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북 당국이 우한폐렴에 철벽 방어를 하고 있다는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발병자가 없다고 처음 밝힌 뒤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선전매체 '메아리'도 비상설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 간부인 송인범 보건성 국장을 인용해 "현재까지 단 한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회원국의 자체 진단 보고를 기초로 한 세계보건기구(WHO) 등도 북한 내 확진 보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일(현지시각) 함경북도의 한 간부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9일 청진시 포항구역 산업동 도(道)인민병원에서 폐렴과 독감 증상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 여러 명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병원측은 시신을 화장까지 해서 유골상태로 가족들에게 전해줬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사망자 숫자가 이틀 사이에 12명이라면서 "사망한 환자들은 이달 초부터 감기증세를 보여 도인민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고 했다. 이 병원은 과거 청진의학대학병원이 이름을 바꾼 경성병원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우리나라에서는 도인민병원을 비롯해 어떤 병원도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시신을 화장해서 가족에게 돌려 주지 않는다"면서 "이번에 사망한 환자들도 가족들이 장례를 위해 시신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자 병원측이 독감비루스의 확산을 방지한다며 시신을 화장하고 병원시설 전체에 대한 소독을 몇 차례나 되풀이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또다른 이 지역 주민소식통은 "지금까지 병원측에서는 환자들이 독감으로 사망했다고만 밝히고 요즘 유행하는 신형코로나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병원측의 시신화장과 소독 실시장면을 지켜본 주민들은 신형코로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고 RFA는 전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방역활동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우한폐렴 발병 이후부터 지난 19일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보건간부 69만여명이 위생선전 활동에 동원됐다. 신문은 "특히 세계적으로 무증상상태의 환자가 발생하고 전염, 전파경로가 명백지 않은 환자들이 발생해 커다란 불안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건성이) 위생선전의 강도를 더욱 높여나가도록 했다"고 전했다. 대내 라디오 매체인 조선중앙방송도 "일단 전파만 되면 방지가 어려운 신형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이라며 "절대로 국내에 침습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방역사업을 갈수록 강도 높이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은 민간 차원의 대외교류를 총괄하는 대외문화연락위원회에서도 최근 6만개의 마스크를 확보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은 접경지를 통한 우한폐렴 유입을 막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메아리는 국경 일대의 위생방역기관들이 "낮과 밤이 없는 긴장한 전투를 통해 코로나19 완전 차단을 위한 강력한 방역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1/20200221019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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