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미·북 정상회담 성사 2년 맞아 '동력 잃은 미·북 협상' 분석
"北 정권의 본질을 오해하고 단순화한 것도 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성사된 미·북 비핵화 협상은 왜 2년만에 동력을 잃었을까. 워싱턴의 외교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북한의 공허한 비핵화 약속과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을 그 이유로 꼽았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3일 보도했다. 특히 과거 북한 고위 당국자들을 직접 상대했던 미 전직 관리들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근거 없는 희망과 현실 간의 간극이 난국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VOA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경제 번영과 현대화의 대가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실제로 포기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이야말로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랄프 코사 전 태평양포럼 석좌도 "트럼프 대통령과 전임자들의 접근법이 갖는 주요 문제점은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을 뒀다는 것"이라며 "김정은에게는 핵무기 포기 비용이 핵무기 유지 비용이나 혜택보다 크다"고 말했다.

실무급 접촉을 건너뛰고 정상간 담판으로 해결하려는 '톱다운(top-down)' 협상 방식도 문제로 지목됐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그의 개인적인 협상 기술과 '협상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는 "극적인 정상회담은 타결을 바라는 우리 모두의 기대를 높였다"면서도 "드라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는 줄이고 실무 작업은 늘려야 한다"고 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도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과 정상 간 친밀함에 의존한 '트럼프식 외교'를 실수로 규정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번영된 미래라는 모호한 약속과 함께 정상급에서 진행하는 개인적 외교를 통해 수십년 묵은 불신을 극복하고 김정은이 핵 억지력을 포기하도록 설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오판했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의 본질에 대한 오해와 단순화 역시 미·북 협상을 교착으로 이끈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규범을 깨고 김정은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시도는 무지함과 오만, 외교에 대한 무례함 때문에 훼손됐다"고 말했다. "세부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 핵심인 복잡한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직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원산의 트럼프 타워와 콘도'를 북한 엘리트들은 '독있는 사과'로 여긴다는 것을 몰랐다"고도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3/20200213022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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