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방역물자 지원 먼저 제의해야... 北서 통제 안되면 南에 막대한 영향"
 
북한 보건당국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로 전파되지 않도록 예방과 방역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3일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노동신문
북한 보건당국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로 전파되지 않도록 예방과 방역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3일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노동신문

북한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유입 차단에 애를 쓰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방역 물자 지원을 제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실장과 오일석 연구위원은 5일 발표한 '감염병 확산과 남북협력'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외부로부터의 의료 장비와 물품 지원이 절실해질 것"이라며 "북한과 협력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최 실장 등은 이어 "북한은 2009년에는 남측의 신종플루 관련 지원을, 2014년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방역을 위한 열 감지 카메라 제공을, 2015년에는 메르스 관련 검역 장비 지원을 요청하거나 수용한 바 있다"며 "이는 보건의료체계가 취약한 북한 체제의 특성상 감염병 확산이 이루어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했다.

최 실장 등은 "북한 내 감염병 확산 방지는 단순한 대북지원과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북한 내부에서 감염병이 통제되지 못하고 크게 확산되면 남한에도 막대한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와 같이 면적이 좁은 반면에 수도권 등 특정 지역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더욱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대북 지원 품목과 관련 "장비 및 물품의 지원이 시급하다"며 "북한에 당장 공급 되어야 할 장비·물품은 열감지 카메라, 진단키트 등 국경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북한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다면, 음압병동 등 의료시설,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확산 방지를 위한 장비와 물품들도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며 "지원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다만 "문제는 대북제재의 높은 수위"라고 했다. 국제 대북 제재에 막혀 적시에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의료 장비 및 물품 지원의 경우 일반인들의 생명과 직결된 인도주의적 성격을 띠는 반면, 군사 용도로 전환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 "북한 내 감염 확산에 대비하여 제재 면제 여부 등을 사전에 미국 및 국제 사회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감염이 확산된 후 제재 면제 여부 등을 협의하면 지원이 늦어질 수 밖에 없으니 미리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최 실장과 오 연구위원은 대북 지원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선 "북핵 협상이 교착에 빠지고 북한의 남한 무시 전략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협력을 제안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인도주의적 협력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가를 바라고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그 자체적 의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대응은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남한과 한반도 주변국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안"이라며 "중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남북한 및 국제적 협력 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5/20200205033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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