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가며 밀수하던 주민인 듯… 장관급 국가비상방역체계 가동
北 수뇌부 있는 평양 철통봉쇄, 탈북 행렬도 사실상 올스톱
 

동북 3성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창궐한 '우한 폐렴'의 유입을 막기 위해 방역 총력전을 펴는 북한에서 의심 환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북한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고 '최대 돈줄'인 대중 무역과 중국인 관광까지 틀어막았지만 바이러스가 1차 저지선인 북·중 국경을 뚫고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각국 외교관들의 출입국을 막고, 평양 시내 호텔과 상점 등에서 외국인 상대 서비스를 무기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설 기간 중국 단둥으로 넘어간 조교(朝僑·북한 국적 화교)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신의주에 (우한 폐렴) 의심 환자 2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신의주에 남아 있는 가족과 전화 연계(통화)에서 알게 됐다"며 "환자 한 명은 신의주 '관문려관'에 격리돼 있던 사람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백운동'에 사는 주민"이라고 주장했다. 북·중 접경 지역 소식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도 이날 본지에 "지난 2일 함경북도 무산에서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여럿 발생해 당국이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며 "중국을 오가며 밀수를 하던 주민들"이라고 전했다. 이날 현재 신의주와 인접한 랴오닝(遼寧)성, 무산과 접한 지린(吉林)성의 우한 폐렴 확진자는 각각 74명, 42명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우한 폐렴이 랴오닝·지린성에서도 발생했기 때문에 인접한 북한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가능성은 90% 이상"이라고 했다.
 
북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기구인 ‘비상설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 회의 장면을 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당국 발표와 달리 북한 내에서도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기구인 ‘비상설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 회의 장면을 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당국 발표와 달리 북한 내에서도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특히 주민 동요, 체제 위협으로 이어지는 부정적 뉴스를 철저히 통제하는 북한 체제 특성상 확진 환자가 속출해도 이를 비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정보 통제를 고집하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팬데믹(대유행)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작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때도 발병 사실을 쉬쉬하다 평안북도 등 상당수 지역에서 돼지가 전멸하는 상황을 맞았다.

지금까지 북한은 우한 폐렴을 차단하기 위해 어느 정부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취해왔다. 이미 지난달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을 금지했고, 외화난 악화를 감수하고 중국과 교역도 중단했다. 북한이 지난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위로 서한과 지원금을 보낸 것은 이 같은 조치들과 관련, 중국 측에 '양해'를 구하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적으로 북한은 내각의 상(相·장관 격)들로 '비상방역대책지휘부'를 구성하고 매일 보건 인력 3만명을 동원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내각 사무국과 보건성, 농업성, 상업성을 비롯한 해당 성, 중앙기관의 책임 있는 일꾼들로 해당 분과들을 더욱 강력하게 꾸려 이 사업(방역)을 다른 사업보다 우선시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수뇌부를 '보위'하기 위해 평양시를 '철통 봉쇄' 중이란 보도도 나왔다. 평양의 한 소식통은 이날 RFA에 "1일부터 평양시에는 비상방역지휘부 지시에 따라 평양 시민들의 지방 출입을 금지하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며 "외국에서 귀국한 해외 공관원들과 중국과 무역 사업으로 신의주 국경에 갔다 온 간부들도 평양 시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외곽의 격리 병동에 수용돼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국경에 있는 두만강역을 지나는 평양-모스크바, 평양-하바롭스크 구간 국제열차 운행도 무기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상시보다 접경 지역 경비가 삼엄해지며 탈북 행렬도 '올스톱'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도강(渡江)이 어려운 데다 이미 중국으로 넘어간 탈북자들도 이동하지 못하고 은신처에 틀어박혀 있는 상황"이라며 "우한 폐렴 확산세가 가라앉을 때까지 탈북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은 최근 국경 봉쇄에 이어 중국 당국에 "탈북자 송환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5/20200205002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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