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미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규모 야외 훈련장으로 육군 전차와 자주포 등을 수송해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우리 군 기갑 장비들이 미 본토까지 이동해 훈련을 하게 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한·미 연합 기동훈련이 중단되고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최전방에서의 포사격 훈련을 하지 못하게 되자, 실효성이 의심되는 '미국 원정 훈련'까지 추진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소식통은 2일 "육군이 함정 등으로 육군 기갑부대 장비를 수송해 미국 국립훈련센터(NTC)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서 미군과 훈련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장비 운송 등에 상당한 예산이 들어 2022년쯤부터 시행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미 NTC에는 중장비 수송 없이 10~200여 명의 병력만 보내 연합훈련을 실시해 왔다.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300명의 병력을 NTC에 보내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군 소식통은 "남북 군사합의와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연대급 이상의 야외 기동훈련 횟수가 줄었고, 특히 기갑차량을 이용한 실기동훈련(FTX)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미 본토 훈련장의 시설 등을 활용해 주한 미군 순환 배치 부대와 훈련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남북 군사합의 이후 최전방 지역 일부 포사격 훈련장이 폐쇄되고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한·미 훈련이 중단된 데 따른 궁여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자는 해외 장비 수송 훈련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국내 여건상 주한 미군 순환 배치 부대와 실전적인 연합 기동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에서 5㎞ 이내 지역에선 포사격 및 연대급 이상의 야외 기동훈련을 할 수 없다. 해병대는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서북도서 일대에서의 해상 사격훈련이 전면 제한됐다. 서북도서에 배치된 K-9 자주포들을 중대 단위로 배에 실어 육지로 반출해 사격훈련을 한 뒤 다시 반입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연간 약 20억원의 예산이 든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엔 대규모 한·미 연합 기동훈련도 규모가 크게 줄거나 중단돼 한·미가 대규모로 전차·자주포 훈련을 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일각에선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미 본토까지 장비를 갖고 가 훈련을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강원 지역 등에 산재한 기계화부대, 포사격 훈련장에 대한 지자체들의 민원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야외 훈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육군 기갑 장비의 '원정 훈련' 추진에 영향을 끼쳤다.

군 소식통은 "주한 미군 순환 배치 부대가 우리나라에 오기 전 NTC에서 함께 훈련하면 한반도에서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NTC는 9개월마다 교대하는 주한 미군 순환 배치 기갑부대가 훈련하는 곳이다.

엄청난 수송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십대의 전차, 자주포 등을 해군 LST(전차상륙함)로 미국까지 수송할 경우 수십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NTC는 사막 지형이어서 한반도 지형, 기상과 큰 차이가 있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3/20200203001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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