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북한에 5개월간 억류됐다가 풀려난 미국인 제프리 파울 씨./AP·VOA
지난 2014년 북한에 5개월간 억류됐다가 풀려난 미국인 제프리 파울 씨./AP·VOA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을 적극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북한 여행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31일 보도했다. 대북제재 여부와는 별개로 여행 중 안전이 담보되기 어렵고, 특히 한국인은 다른 나라 출신 관광객들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북한에 5개월간 억류됐던 제프리 파울씨는 "현 시점에선 북한을 여행하지 말라고 조언하겠다"며 "북한 여행자들은 방북 시 감수해야 할 위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여행 시 따라야 할 규율을 조금만 벗어나도 억류되거나 재판에 회부돼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울씨는 2014년 4월 29일 북한에 입국해 함경남도 청진을 여행하던 중 나이트클럽에 성경을 놓고 나온 혐의로 5월 7일 출국 과정에서 체포됐고, 5개월의 억류 생활 끝에 10월 1일 석방됐다.

그는 "특히 한국인 등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며 "미·북 간 상황은 매우 빨리 바뀔 수 있어 북한 여행자들은 의도치 않게 정치 상황에 휘말릴 수 있다"고 했다.

미 대북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VOA에 "북한 여행은 안전 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한국이 북한 관광을 금지한 것은 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특히 한국의 경우 자국민 6명이 북한에 억류된 상황이라는 것이 다른 나라와 다르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북한 개별관광을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자국민을 귀환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듯한 상황에서 오히려 더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북한에 보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한국인 관광객들이 북한에서 체포될 경우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에서 당부와 주의 사항만 따르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여행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수많은 북한 억류 사건의 공통점은 북한 정권이 외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자의적 기준을 근거로 관광객의 유죄와 감금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북한 당국이 본보기로 삼기로 작정하거나 유죄라고 판단하면 그대로 행동에 옮기며, 이후 심문과 감금, 재판, 선고 단계를 밟고 심지어 고문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반도는 여전히 전시 상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한국의 체제와 생활 방식 모두를 적으로 여기는 북한에 관광객을 보내는 문제를 한국 정부가 매우 신중히 결정하기 바란다"고 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단순히 북한 관광의 문을 여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미국이나 한국 정부 모두 자국민의 여행 등에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지만 북한 여행의 위험성 만큼은 경고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31/20200131013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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