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대단한 골퍼인 거 알잖아(You know that Kim Jong Un is a great golfe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부자들과 비공식적으로 함께 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단한 골퍼’라고 추켜세운 사실이 2년 만에 공개됐다.

25일(현지 시각) A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4월 30일 트럼프 그룹이 소유한 워싱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고액 기부자 만찬 행사를 가졌다.

당시 장면을 촬영한 비공개 영상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첫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정했다"고 하자 한 참석자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을 회담 장소로 추천한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폭소를 터뜨리면서 "알다시피 김정은은 대단한 골퍼"라고 답했다고 AP는 전했다.

마침 이 자리에는 전설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 손자 잭 니클라우스 3세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은 이름 그대로 유명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해 국내에서도 명성이 높은 골프장. 미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게일 인터내셔널이 이 골프장 지분 70%를 소유하고 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마주보며 안부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마주보며 안부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전쟁도 이야깃거리로 삼았다. 그는 "우리가 도대체 어쩌다가 한국에 개입하게 된 것이냐. 우리가 어떻게 한국전쟁에 결국 참여하게 됐는지 이야기해달라"며 미국이 한국전에 참전한 계기에 의문을 품었다.

이 밖에도 ‘아들 부시’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중국, 세계무역기구(WTO), 유럽연합(EU)이 '뒷담화' 대상에 올랐다던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 "부시 때문에 우리가 전쟁과 중동에 끌려들어가 7조 달러를 쓰고 있다. 아주 멋진 사례"라며 반어법을 동원해 조롱했다.

중국에 대해선 "중국은 미국을 수년간 벗겨 먹었는데, 우리는 아직도 중국에 2조달러를 빚지고 있다"고 성냈다. 이어 "WTO는 더 나쁘다. 중국이 WTO 가입 전에는 이렇게 대단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거의 2년 전 열린 이 비공개 만찬 대화 내용은 상원에서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계기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상원에서 탄핵 심판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사업가 레프 파르나스의 변호인이 당시 촬영한 1시간 분량 영상을 공개하면서다. 파르나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궁지로 몬 ‘우크라이나 스캔들’ 주요 연루자 가운데 한 명이다.

파르나스 측 변호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르나스를 모른다"고 줄곧 잡아떼자, 이 주장과 달리 파르나스가 트럼프 대통령이나 고액 기부자를 포함한 그의 최측근 지인들에 접근 가능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이 영상을 공개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6/20200126005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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