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내용 있는데도 음란물사이트와 같은 기준 적용
 

"위대한 김일성 수령님의 심혈이 깃든 사회주의헌법 초안은 절대적인 것."

북한의 공과대학 사이트 '김책공업종합대학'에는 이러한 내용의 김씨 일가 정권을 옹호·찬양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2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 등은 지난해 이 사이트 등 3곳이 국가보안법(국보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정부에 국내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의 불법 여부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차단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납북 협력을 우선시하는 현 정권의 코드에 맞춰 경찰이 국보법 위반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사이트까지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해당 사이트들에 접속해 게시글을 확인한 결과,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선전물 수십 개가 올라와 있었다. 김책공업종합대학 사이트에는 김씨 일가를 찬양하는 내용의 게시글만 모아놓은 '위대한 령도' 게시판을 따로 운영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30대 젊으신 나이에 국가수반이 된 것은 우리 수령님께서만이 하실 수 있는 일" 등의 내용이 적힌 글이 올라와 있다.

해당 사이트는 현재도 국내에서 PC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자유롭게 접속이 가능하다. 방심위는 "국내 음란물 사이트 등의 차단 요건과 비교해봤을 때 북한 사이트의 불법 게시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 않아 차단 불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청 등은 지난해 3월 김책공업종합대학 외에도 북한의 해운업 정보 사이트 '국가해사감독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사이트 '미래' 등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접속할 수 없게 해달라고 방심위에 요청했다. 국가해사감독국과 미래 사이트에서는 "김정은 동지는 21세기 자주 외교의 거장이자 현시대 가장 출중한 정치 지도자"라거나, "김정은 동지가 자만감에 빠져 있던 외국인 기술자를 북한 기술로 만든 뽀트(보트)를 타고 경기에서 이겼다"는 등 선전 게시물 다수가 최근까지 계속 올라오고 있다.

국보법 제7조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경찰은 이 사이트들이 국보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방심위는 "국보법 위반에 해당하는 내용이 일부 있어도 사이트 전체 차단까지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려면 가상사설망(VPN) 등을 통해 우회 접속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위 북한 사이트들은 VPN을 이용하지 않아도 국내에서 자유롭게 접속이 가능하다.

방심위 관계자는 "법원 판례에 따르면 특정 사이트 차단 여부가 바람직한지 판단할 때, 불법적인 내용이 약 70% 이상인가를 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차단을 요청한 북한 사이트에 올라온 전체 게시물중 국보법 위반 내용이 70%를 넘지 않기 때문에 불법 사이트 차단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방심위의 오락가락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일성종합대학 사이트는 현재 방심위에 의해 국내 접속이 차단돼 있다. 반면 북한 무기 연구원과 핵무기 연구 종사자 등을 양성하는 김책공업종합대학 사이트는 허용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 국가보안법 위반을 단순히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는 개인의 위법과 동일 선상에 놓고 판단하는 것은 법적인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 박사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은 "북한은 한국에서 나오는 모든 정보를 차단하는데, 국보법 위반에 해당하는 사이트까지 북한과 일부 친북 성향 단체의 눈치를 보며 접속을 허용하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2/20200122001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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