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해 말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을 거론하며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 "'스냅백(snapback)을 전제로 중·러 제안을 한 번 활용해보는 것이 지금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스냅백은 일단 제재를 풀어준 뒤,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시 제재를 원상회복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우리가 그런 것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협력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제재 완화를 한국 정부가 먼저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이어 "미국이 비핵화 방법론을 독점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2018년 9월 평양 남북공동선언에는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 시설 폐기가 명시돼 있는데 당시 미국은 '별 거 아닌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것이 동창리 엔진 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1년 반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미국이 과연 이를 거부한 게 옳았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핵이 아니라 경제문제라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지난해 발표한 '비핵화 연말 시한'에 대해서도 "직접적 도발보다는 도발의 가능성을 추상적으로 예고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작년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드러난 김정은의 '새로운 길' 기조로 볼 때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하거나 미국의 독자적인 추가제재만 없다면 북한도 쉽게 도발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충격적 실제 행동'에 대해서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발사보다는 오히려 "북한이 가지고 있는 무기체계, ICBM의 수출 가능성을 넌지시 암시했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최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신임 외무상으로 임명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일종의 실적주의에 따른 인사로 풀이한다"면서 "반드시 대미 강경 행보를 예고한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비핵화 협상은 리선권보다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중심으로 풀어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0/20200120024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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