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사이트 국내 접속 차단되는데… 관광총국 운영하는 '조선관광' 사이트는 뻥 뚫려
北관광지 및 비자 발급 요령 상세 설명… 개별관광 추진하는 정부, 앞으로도 열어둘까
 
조선관광 사이트 캡처
조선관광 사이트 캡처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북한 관광 안내 사이트('조선관광')가 국내에서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그 배경을 두고 정부가 새해 들어 북한 개별 관광 허용을 추진하는 상황과 맞물려 이런저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조선관광' 웹사이트는 북한의 주요 관광지, 계절별 축제 및 행사, 주요 북한 여행사, 비자 발급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웹사이트 주소는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사이트임을 의미하는 'gov.kp'로 끝난다. 조선관광 사이트는 2017년 개설됐다. 개설 사실은 일부 매체 등을 통해 국내외에 소개된 적이 있다.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국내에선 접속이 차단된다. 정보통신법 제44조의7(불법정보 유통금지)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외불법사이트로 지정하면, KT·S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가 북한 사이트들의 국내 접속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려면 가상사설망(VPN) 등을 통해 우회 접속해야 한다. 그러나 조선관광 사이트는 19일 현재 VPN을 이용하지 않아도 국내에서 접속이 가능한 상태다.

이 사이트 첫페이지 아래 쪽에는 큰 글씨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관광총국'이라는 기관이 명시돼 있다. 이어 작은 글씨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관광총국은 나라의 관광사업을 통일적으로 지도관리하는 국가 관광관리 기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1987년 9월 세계관광기구(UNWTO)에 정성원(정회원)국으로 가입하였으며 1996년 4월에는 태평양아시아여행협회(PATA)에 가입하였다"는 설명과 함께 관광총국 본부가 있는 북한 평양 주소와 전화번호, 팩스번호, 이메일 주소, 산하기구인 조선국제여행사의 중국 베이징·단둥·선양·상하이 등 주재 사무소 연락처도 적혀 있다.

이 사이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관광 관련 지시를 담은 '불멸의 영도', 북한 내 주요 명소를 소개한 '관광지', 우리의 테마관광격인 '주제관광', 계절 별 축제 등을 소개하는 '축전 및 행사', '여행사', 호텔 등의 시설을 소개한 '봉사시설' 등의 메뉴로 구성돼 있다. 우리말 외에도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의 주요 관광지로는 평양, 백두산, 남포, 구월산, 묘향산, 개성, 신의주, 원산·금강산, 칠보산, 함흥이 소개돼 있다. 백두산 페이지에는 삼지연이, 원산·금강산 페이지에는 마식령스키장이 소개됐다. 삼지연과 마식령스키장은 김정은이 여러차례 현지지도 하며 심혈을 기울인 관광지다. 이와 함께 북한 관광산업 전반을 소개하는 '개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는 "2013년 한 해에만도 나라의 동해안 마식령지구에 세계적 수준의 마식령스키장과 마식령호텔이 건설됐으며 조국해방(6·25) 전쟁승리기념관이 훌륭히 개건되고 문수물놀이장, 미림승마구락부를 비롯한 현대적인 문화 및 체육관광시설들이 일떠섰다"면서 "공화국 정부는 나라의 관광지 개발과 관광 하부구조 건설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투자를 환영하고 있으며 투자기업들을 우대하고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여행사로는 조선국제여행사, 조선국제태권도여행사 등 10여개가 소개돼 있다. 계절별 축제로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백두산상국제휘거(피겨스케이팅)축전' '평양국제상품전람회' '조선우표전시회' '수중체조무용모범출연' '평양국제영화축전' 등이 소개돼 있다. 최근 소식을 전하는 메뉴에서는 '평양얼음조각축전 2020 진행'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행사도 소개하고 있다.
 
 조선관광 사이트 캡처
조선관광 사이트 캡처

여행 관련 필수 정보도 소개한다. '입국수속'이라는 글에서는 "입국사증(비자)을 받기 위해서는 출발 10일~30일전에 해당 여행사에 사증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사증신청자료에는 이름(단체인 경우 매 성원들의 이름)과 성별, 난날(생일), 국적, 직장직위, 려권(여권)종류와 번호, 입출국예정일, 입국교통수단, 사증을 받을 나라 이름이 포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국사증은 해당 나라에 주재하고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대표부나 령사(영사)부, 관광사무소에서 받는다"며 "사증신청서를 제출할 때 사진 2매와 수수료를 낸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북한의 비자를 받은 우리 국민의 개별 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우리 국민의 개별 북한 관광을 허용하면 이 사이트에서 공지한 방법으로 비자 발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관광체험'이라는 코너도 있다. 여기에는 '즐거운 관광은 계속된다'라는 제목 뒤에 연속 번호를 달고 북한을 관광한 외국인들의 후기를 담은 영상이 올라와 있다. 관광객 대부분이 밝은 표정으로 북한을 관광하며 만족감을 나타내는 영상들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날의 하루이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한 게시물에서는 자신을 55세 영국 관광객이라고 소개한 커트 크리스티앙 로드씨가 2020년 신년 축하 공연과 축포 등을 본 뒤 "새해가 밝아오는 오늘 저녁은 즐거운 밤이었다"면서 "수천명의 젊은 청년들이 새해의 분위기를 돋구며 새해를 맞는 모습과 새해의 첫 종소리와 함께 터져오른 축포야회는 대단히 황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이 사이트에는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불멸의 영도'라는 제목의 페이지는 김정은이 작년 4월 5일 삼지연군을 시작으로 양덕온천, 백두산, 삼지연군, 대성백화점 등을 현지지도한 내용을 소개한다. 김정은의 지도력을 해외에 선전하는 효과와 함께 관광 산업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관광 사이트를 운영하는 북한 국가관광총국은 1953년 설립된 '국가여행국'을 1986년 5월 정부급 관광 관리 기구로 개편한 행정기관으로 알려져있다. 이곳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초청을 비롯해 관광객 유지 및 제휴, 관광 상품 개발, 해외관광 홍보 등 관광 관련 제반업무를 총괄한다. 조선국제여행사, 국제청소년여행사, 조선국제체육여행사, 관광선전통보사 등의 조직을 산하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이트가 개설된 직후와 개편된 뒤 몇차례 국내 매체 등을 통해 보도됐기 때문에 통일부 등 관계기관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접속이 차단되지 않고 열려 있는 것이다. 이 사이트가 접속 차단 대상에 해당하는지, 만약 해당한다면 왜 차단되지 않았는지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사이트 차단 여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9/20200119000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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