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장관 사퇴 요구한 탈북단체 "구청이 사전 통보 없이 강제 철거"
인근 범투본 천막 등도 손 안대… 힘없는 탈북단체만 차별했단 비판
區 "통일부가 수차례 철거 민원"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는 수개월째 시위용 천막이 여러 동(棟) 세워져 있다. 민노총 천막 10개동,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천막 4개동 등. 15일 오후 1시 30분쯤, 종로구청이 이 가운데 딱 1동만 콕 집어 철거했다. 탈북민 단체가 정부의 북한 선원 강제 북송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설치한 천막이다.

종로구청은 이날 "탈북민 단체 '남과 북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국민모임(남북함께)'이 통일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정문에 설치한 가로 2m, 세로 2m 크기의 천막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통일부의 지속적인 민원'을 철거 사유로 댔다. 구 관계자는 "매일같이 장관을 해임하라고 주장하는 집회가 열리는 데 대해 통일부에서 불법 천막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수차례 들어왔다"며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구청 입장에선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15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 설치된 탈북민 단체 ‘남북함께’의 천막을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철거하려 하자 천막 안에 있던 김태희 자유인권탈북자연대 대표 등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곳에서 50m 정도 떨어진 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불법 천막. 이날까지도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설치돼 있다. /조인원 기자

이날 천막을 철거당한 남북함께는 북한 선원 북송에 반발, "김연철 통일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천막을 펼치고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이들이 천막 주변에 가져다놓은 '통일부 장관 김연철 사퇴하라' '김정은 대량학살, 살인깡패 집단'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라' 등 피켓과 현수막도 이날 대부분 구청에 압수당했다. 남북함께 측은 "구청에서 어떠한 사전 통보도 없이 기습적으로 1t 트럭을 끌고와 천막과 피켓을 강제 철거해갔다"고 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해당 천막은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적치물이기 때문에 별도 계고 없이 바로 행정대집행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로구는 이날 남북함께 천막 주변에 있던 다른 천막들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민노총 산하단체들이 세운 10개동과 범투본이 지난 5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옮겨온 천막 4개동도 여전히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불법 천막들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종로구청은 이번에는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천막 자체보다 피켓과 현수막 등이 문제였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정부서울청사 옆 중앙지하차도 상단 '문중원을 살려내라'는 민노총 불법 현수막에는 손대지 않았다.

남북함께 소속 김태희 자유인권탈북자연대 대표는 "힘없는 탈북자 단체의 손바닥만 한 천막만 치운 것"이라며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철거에 항의하며 경찰관 2명의 팔을 깨물었다가 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됐다.

종로구청의 마지막 해명은 '새 천막이라서 걷어냈다'는 것이었다. 구청 관계자는 "다른 불법 천막들은 설치된 지 오래된 것이고 이번 남북함께 천막은 새로 설치된 것이라 추가 설치를 막기 위해 행정대집행을 한 것"이라며 "다른 천막도 한 번에 처리하면 좋지만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해명 자체는 사실이었다. 남북함께 측은 작년 11월 처음 천막을 설치했지만, 지퍼 고장으로 14일 밤 새 천막으로 교체한 직후 철거를 당했다. 남북함께 관계자는 "똑같은 불법 천막인데, 새 천막이라서 먼저 걷어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6/2020011600316.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