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회견]
- 남북·미북 관계
北관광 등 언급하며 "제재 완화 예외적 승인받게 노력할 수도"
남북·미북대화 교착엔 "北 대화문 안닫아, 비관할 단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미·북 대화와 관련해 "비관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낙관론을 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대북 제재 면제·완화를 얻어내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북 대화까지 견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은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비핵화와 남북 관계가 속도를 맞춰야 한다"며 과속(過速)을 경계하고 있다. 외교가에선 "남북 교류, 미·북 협상, 한·미 공조에서 '위기 조짐'이 나타나는데, 대통령의 인식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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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북 대화와 관련한 폴라 행콕(오른쪽) CNN 서울 특파원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북미 간 대화 모두 낙관할 수도 없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관련,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 협력을 증진시키며 북·미 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남북 협력 과정에서 유엔 대북 제재의 예외적 승인이 필요하다면 그 점에 대해 노력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기조와는 반대로 제재 면제·완화를 통해 남북 협력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에도 제재 완화를 꺼냈다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발로 사실상 철회했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설레발' '바보' 등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공개적으로 우리 정부를 힐난하고 면박을 주는 상황도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외교란 것은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보안상 공개를 못 할 뿐, 남북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었지만 구체적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대화를 통해 협력을 늘려나가려는 노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충분히 잘될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메시지를 잘 보면 남북 관계 발전이나 남북 협력을 위한 대화를 거부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며 '제재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의) 상응 조치에는 대북 제재 완화도 포함될 수 있다"며 "남북 관계에서 최대한 협력 관계를 넓혀가면 필요한 경우에 대북 제재의 일부 면제나 예외 조치를 인정하는 데 필요한 국제적 지지를 넓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접경지역 협력, 개별 관광 같은 것은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면서 "도쿄올림픽 공동 입장, 단일팀 구성뿐 아니라 2032년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도 이미 합의한 사항"이라고도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처럼 올림픽을 남북 교류 통로로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남북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도 차례로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남북, 북·미 간 대화 모두 낙관할 수도 없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논란이 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김정은 생일 축하 친서'를 언급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를 문 대통령이 전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해 우리 정부가 전달했다"고 했는데, 북측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 친서를 직접 받았다"며 반박했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친서 전달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말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친서와 관련, "아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며 "북한도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북) 양 정상 간 신뢰는 계속되고 있다"며 '톱 다운' 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관계와 관련해서도 "한·미 동맹은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며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고 이견이 전혀 없다"고 했다. 앞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8일 문 대통령의 '대북 협력 제안'에 "남북 관계 진전은 비핵화와 함께 가야 한다"며 제동을 건 바 있다. 이로 인해 다시 촉발된 '한·미 공조 위기설'을 일축한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선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며 "한·미 동맹도 고려해야 하고 이란과도 외교 관계가 있어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현실적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답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관해선 "진전이 있지만 아직도 거리가 많이 있다"고 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희망적인 얘기만 쏟아내면 국민은 현실을 혼동할 수밖에 없다"며 "엄중한 상황 인식 아래 외교를 해야 북·미 양쪽에서 무시당하는 상황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5/20200115002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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