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천막 철거를 막고 자해를 시도한 탈북민 이모(46)씨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천막 철거를 막고 자해를 시도한 탈북민 이모(46)씨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아사(餓死) 추정 탈북 모자 사망 사건과 북한 선원 강제북송 사건에 반발해 지난해 11월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릴레이 단식 농성 중이던 탈북민이 경찰에 연행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4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탈북민 이모(46)씨를 체포했다. 경찰과 탈북민 단체에 따르면 이씨를 비롯한 탈북민들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단식 농성 중이던 텐트를 천막으로 교체하려고 했다. 종로구청은 이를 불법 적치물로 판단, 설치를 막았다. 이씨는 반발해 난방을 위해 보관하던 휘발유를 바닥에 뿌렸고, 흉기로 자해를 시도했다.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종로구청 측은 "도로법 74조에 근거해 행정대집행 예외 정비대상으로 보고, 적치물을 정비한 것"이라며 "전날 농성하던 탈북민들에게 오는 16일까지 정비하라고 계고장도 보냈다"고 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천막 철거에 항의하며 ‘남과 북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국민 모임’ 회원이 몸에 물을 뿌리고 있다. /독자 제공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천막 철거에 항의하며 ‘남과 북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국민 모임’ 회원이 몸에 물을 뿌리고 있다. /독자 제공

연행된 이씨는 지난해 11월 통일부 산하 탈북민 지원기관 남북하나재단이 지난 7월 관악구에서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 한모(42)씨와 아들 김모(6)군의 장례를 치르기로 하자, 단식에 나섰다. 단식 9일 만에 이씨가 쓰러지자 탈북민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목사들이 릴레이 단식을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이날까지 51일째 5명이 참여했다. 이씨는 퇴원 후에도 농성장을 찾아 정부에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해왔다.

단식을 진행해 온 ‘남과 북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국민 모임’ 측은 인근 세종로소공원에 줄지어 있는 천막들은 내버려두고, 탈북민 농성장만 천막 설치를 막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13일 동안 릴레이 단식에 참여했던 성현모 목사는 "오늘 일을 계기로 탈북민들은 더 뭉칠 것"이라며 "투쟁하면 또 잡아가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4/20200114029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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