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분 중 절반넘게 대북 조언 구해
아베 "北도발땐 공동 대응" 제언
美日 밀착, 韓美는 계속 엇박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75분간 전화 통화할 때 40분 이상을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도쿄의 유력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그날 통화의 절반 이상을 북한 문제에 할애했다. 특히 이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선물' 운운하며 도발을 시사한 북한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 묻고 아베 총리가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고 이 소식통이 전했다.

당시는 북한이 12월 초 외무성 담화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 결심에 달려 있다"고 밝혀 북한의 '성탄절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전화를 걸어 대북 전략에 대한 아베 총리의 조언을 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는 12월 7일 30분 통화가 마지막이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막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에는 미·일 양국이 강력히 연대해서 대응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이 같은 논의에 따라 미·일 양국은 12월 24일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중 북한이 도발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미국에 도달하지 않은 중·단거리 미사일이나 핵실험으로 도발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대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백악관은 "특히 북한의 위협적 성명을 고려해 긴밀하게 소통과 조율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도 통화 후 "최근 북한의 정세를 분석하고 앞으로 대응에 관해 면밀하게 조율했다"고 했었다.

미·일 두 정상은 1월 현재 정상회담을 14번, 전화 통화를 33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대북 전략 조언을 요청한 것도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계기로 대북 문제에서 한·미 간 중요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이 미·일은 밀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대북 전략을 논의한 미·일 정상 통화는 이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미·일의 밀착과 달리 한·미 관계는 엇박자가 나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방문 직후인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를 문 대통령이 전해주면 좋겠다고 했다"며 중재자를 자처했다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란 담화를 내면서 체면을 구겼다. 외교가에서는 "친서 여부도 모를 정도로 한·미 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 협력 구상에 대해서도 최근 국무부는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국회에서 "미국의 입장과 우리의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한·미 관계가 좋다면 양국 외교 당국이 이처럼 이견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4/20200114002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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